<변호사도 전문화시대>일조·조망권분야

올해 농심가(家)와 삼성가(家)는 ‘한강 조망권’을 놓고 벌인 다툼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농심가에서 한강 조망권 등을 침해받았다며 삼성가의 신축 주택에 대해 공사중지 민사소송과 건축 허가의 ‘위법성’을 들어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두 재벌가의 조망권 다툼처럼 최근 법원엔 일조권과 조망권 관련 법적 분쟁이 상당히 늘고 있다. 일조권과 조망권이 주택선택의 주요 잣대로 부각되면서 이 문제는 더이상 ‘남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됐기 때문이다. 일조·조망권 분쟁은 주로 연립주택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고층 아파트를 짓는 강남 재건축 시장과 인근 주택가 간에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일조 침해 정도, 지역성, 공공건물 여부 등 여러 변수가 어우러져 원고의 수인한도를 측정하는 만큼 개별 사안별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 분야 전문 변호사들은 특히 “기업들이 일조권이나 조망권으로 인해 소송을 당하면 기업 이미지 실추에 따른 피해가 크다고 보고 소송 초기 단계에서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법원 판례는 지난해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고측 대리인과 이에 맞서는 피고측 대리인간 법리공방은 어느 분야보다 치열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강변에 있는 고층 아파트의 조망권은 부동산시세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요소인만큼 일조권 침해가 수인한도를 넘지 않았더라도 조망권 침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과 일조·조망권의 가치는 집값의 20%에 해당한다는 서울고법 판결 등을 들 수 있다.

일조권과 조망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생겨난 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이 분야 전문가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소송이 급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에 ‘일조·조망권 전문 변호사’ 역시 그 수를 더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김정술(사시 14회) 변호사는 이 분야에서 이른바 ‘선구자’로 통한다. 김 변호사가 일조권과 조망권 관련, 해외사례를 연구해 작성한 소장이나 변론 내용들은 후배 변호사들이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인용할 만큼 논리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서울고법에서 “한강 조망권 프리미엄은 법적 보호대상”이라는 첫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판사 출신의 김창희(사시 31회·씨앤에프법률사무소)변호사는 2001년 개업 당시 서울 송파구 재건축아파트 일조권 소송을 맡은 것을 계기로 줄곧 이 분야에 천착하고 있는 전문가. 작년에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진달래아파트 일조·조망권 소송에서 108억원의 배상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108억원 배상은 국내 일조·조망권 분쟁에서 나온 최고 배상액으로 기록된다.

이승태(사시 40회·서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찌감치 ‘일조·조망권 전문변호사’를 표방하며 원고측 대리인으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업계의 ‘젊은피’다. 이 변호사는 수임사건의 80%이상이 일조·조망권 관련 소송들이다. 지난해 9월 서울북부지법에서 “상업지구내 건물도 일반주거지역 건물에 일조·조망 침해를 끼쳤을 경우 배상을 해야 한다”는 첫 판결을 이끌어내 주목을 받았다. 국내 법원이 환경권에 대한 인식과 전문성이 아직 부족한 상황이어서 이 변호사는 누구보다 외국 사례 연구 등에 열심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최기엽(사시 39회·법무법인 청안) 변호사도 일조·조망권 관련 사건 전문 변호사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이 분야에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현미기자 alw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