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문학평론 심사평>두 작품 아우른 독창성 빛나

응모작은 모두 25편이었다. 대부분이 기본 수준 이상을 갖추고 있다는 점 그리고 다수가 작가론이라는 점도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목을 받았던 응모작 중 우선, 함돈균 씨의 정이현론, 정치규 씨의 최하림론, 유준 씨의 박성원론, 이정현 씨의 박민규론 등 네 편은 모두 잘 씌어진 작가론들이었다.

이들이 다루고 있는 작가들의 텍스트 또한 최근의 문학적 추세와 현황을 보여주기에 충분할 만큼 현장감 있는 대상들이고, 텍스트를 다루는 응모자들의 솜씨도 약간씩의 편차는 있지만 모두 그 나름의 수준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 네 편은 모두 지나치게 평면적이라는 것이 약점이었다. 분석의 깊이나 문제의식의 열도를 보여주지 못한 채 단순히 자기가 선택한 대상의 이러저러한 면모를 주르륵 펼쳐놓고 있기만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것은 이들이 선택한 작가론이라는 틀 자체의 약점일 수도 있겠다.

근자에 발표된 세 편의 황진이 소설을 대상으로 한 추선진 씨의 ‘페메의 환생, 거세된 목소리’와, 김영하와 황석영의 장편을 대상으로 한 이경재 씨의 ‘바다를 건너는 두 가지 방식’은, 평론의 골격 자체가 이런 함정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호감이 갔다. 추선진 씨의 경우는, 세 편의 황진이 소설의 장단점들을 비교 기술하는 데 주력했다. 비약 없는 분석 태도와 차분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또 이경재 씨의 경우는, 최근의 평판작인 두 장편 ‘검은 꽃‘과 ‘심청’을 맞세워놓음으로써, 탈주에 대한 욕망이 어떻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귀결되는지를 제시하고자 했다. 자기 자신의 내부를 향해 가는 욕망과, 타자와의 연대를 향해 나아가는 욕망의 서로 다른 모습을 적실하게 포착하고 논리화하는 분석력이 돋보였다. 고심 끝에 이경재 씨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왕왕 행해졌던 세 편의 황진이에 대한 비교보다는, 두 편의 여로를 비교한 쪽이 좀더 독창적이고 높은 난도의 과제에 도전한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선외로 밀린 응모자들을 위해, 작품의 수준은 거기에 설정된 과제의 수준에 다름 아니라는 말을 덧붙여 두고 싶다.

< 문학평론가 조남현·서영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