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도 전문화시대>노동 분야

변호사 업무 영역 중 노동분야를 말하기 위해서는 지난 1990년 폐암으로 사망한 조영래 변호사에 대해 먼저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조 변호사는 생전에 후배 변호사들에게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노동자들을 위해 살라”고 말할 정도로 전 생애에 걸쳐 노동문제 해결에 집착했던 인권변호사였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70년 늦은 가을, 조변호사는 전태일씨가 근로기준법 책을 가슴에 안은 채 평화시장 앞길에서 분신했다는 신문기사를 본 후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훗날 술회했다.

조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은 노동분야에 몸 담고 있는 변호사들에겐 ‘우리시대의 성전’으로 여겨질 정도로 후배 변호사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

현재 노동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대체로 사회개혁에 뜻을 세운 386세대 변호사들이 많다. 이들은 과거 노동운동이나 학생운동의 경험을 살려 노동분야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최근 들어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에 소속된 변호사들이 늘어나면서 노동법률시장도 단순히 운동 차원의 변호가 아닌 보다 전문성이 뒷받침된 시장으로 판도가 바뀌고 있다. 또 예전에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 단순한 사건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구조조정에 따른 해고 등 복잡한 사건들이 많아진 것도 이 분야의 특징이다.

한때는 법무법인 시민과 명인, 내일, 그리고 여민합동법률사무소 등이 굵직굵직한 노동사건을 수행하며 이 분야를 선도해갔다.

그러나 요즘은 10여명의 변호사들이 소속된 민주노총과 금속연맹 법률원이 상당수 노동사건을 수임하고 있다.

민변의 핵심세력인 법무법인 시민은 조 변호사가 세운 노동전문 부티크 로펌으로 국정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고영구(사시 12회) 변호사가 이곳 안양사무소에서 일했다.

대학시절부터 노동과 인권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운동권 출신 노동이론 전문가인 여민합동의 김선수(사시 27회) 변호사도 이 분야에선 눈에 띄는 존재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1월초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변 노동복지위원장을 지낸 법무법인 한울의 이경우(사시 24회) 대표 변호사도 손꼽힌다.

법무법인 내일의 이원재(사시 31회) 변호사 역시 92년 개업 후 10년 넘게 300여건의 노동사건을 수행했다. 이 변호사는 자산인수방식으로 고용승계를 회피했다가 소송이 벌어진 삼미특수강 사건을 맡았다.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을 접하면서 노동계에 투신했다는 김남준(법무법인 시민·사시 32회) 변호사는 다수의 기업에 노동 고문을 맡고 있다. 경기도 지방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으로 개별 기업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심사를 맡는 등 자타가 공인하는 노동전문가다. 김 변호사는 1994년 현장작업으로 독성뇌병증에 걸린 한 근로자의 소송을 맡아 7년간 법정투쟁을 벌인 끝에 산재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민주노총 법률원과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법률원은 근로자측을 변호하는 노동소송 분야의 쌍두마차다.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인 권영국(사시 41회) 변호사와 99년 설립된 금속연맹 법률원 원장 김기덕(사시 38회) 변호사도 이 분야에선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이 한해 처리하는 사건수만 해도 수백건에 달한다. 수임료 또한 저렴한 편이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