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호 시인의 축구 글발>골키퍼의 고독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란 법 있어?’ 애인이 있는 미인을 향해 대시할 때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입니다. 맞습니다.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구십 분 내내 자꾸자꾸 두드리면 골문은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골키퍼가 골을 먹는 것은 골키퍼의 실수라기보다는 공격수를 비롯한 팀 전체의 문제이며 경기의 흐름입니다.

아무리 탁월한 공격수라고 해도 슈팅 기회마다 득점을 하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경기중에 한 열 번 기회를 잡아서 한두 번 성공시키면 환호를 받습니다. 하지만 골키퍼는 다릅니다.

경기 내내 선방을 하더라도 한 골을 먹으면 비난을 뒤집어씁니다. 승부가 팽팽한 경기에서 실점을 하는 골키퍼는 패인으로 지목되기 쉬워도 골키퍼가 잘 해서 이겼다는 말을 듣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누군가의 책임으로 떠넘기기를 좋아합니다. 이른바 희생양이 되는 거지요. 패배에 대한 자신의 책임은 없습니다. 그저 잘못한 누군가 때문인 것입니다.

골키퍼는 말 그대로 마지막 관문을 지키는 수문장입니다. 그의 뒤에는 천국과 지옥이 있습니다.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기대와 긴장이 높아지면서 평가전에 대한 평가가 쏟아지고 몇몇 특정 선수들이 비난을 받기 시작합니다. 거기에는 골키퍼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실점 중에서 골키퍼가 못해서 먹은 골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우리국가대표 팀에는 보통 선수 이상의 특출난 골키퍼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한 팀이 실점을 하는 것은 공격수가 제 구실을 못해서 상대에게 공격할 기회를 주고 미드필더와 수비진이 막아주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항상 특정선수를 비난합니다.

우리 대표 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온 국민의 성원 덕이고 성적이 안 나오면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국민들 중 일부는 시즌 내내 축구장에 코빼기도 안 내밀었고 사 년에 한 번 축구광이 됩니다. 그런데 좋은 성적이 안 나온다면 가장 앞장서서 비난하는 사람들도 그들일 것입니다.

골키퍼는 고독합니다. 이유야 어떻든 승패가 그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공을 잡기 위해서 무릎을 꿇고 바닥을 구르기도 합니다. 상대 공격수와 부딪치고 우리 수비수들에게 고함을 지릅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골키퍼라 해도 골을 먹은 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저앉은 모습을 보이지 않은 이는 없습니다. 지난 번 월드컵 때 우리에게 패배한 팀들의 골키퍼들도 최고의 선수들이었습니다. 두덱, 부폰, 카시아스 같은 선수들이 못해서 폴란드, 이탈리아, 스페인이 우리에게 졌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습니다.

비단 축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묵묵히 골키퍼 역할을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아무리 잘해도 칭찬보다는 비난을 듣기 쉬운 자리가 많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비난보다는 따뜻한 격려 한 마디가 더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세상에 일부로 골을 먹는 골키퍼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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