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들 방 아직 못치우는데… 정부는 북한 눈치 보느라 외면만”

서해교전 4주기 추모식이 열린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 2함대 사령부. 잔뜩 흐린 날씨 만큼이나 분위기는 침울했고 특히 유가족들은 행사 도중 여러차례 울음을 터뜨렸다. 유가족들은 특히 아직도 정부 행사가 아닌 2함대 차원의 추모식으로 치러지는 것에 대해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4번째 추모식이 열리도록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는 단 한차례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교전이 발생했던 2002년 장례식에는 국방부장관마저 참석치 않았다.

●…교전 당시 참수리 357호의 자동포로 북한 함정에 대응사격을 하다 사망한 고 황도현(당시 22세)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59)씨는 황중사가 교전 중 이마 오른쪽 위에 적의 총탄을 맞고 세상을 떠난데 대해 “고개를 숙이고 쏴도 됐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기념식에 부인과 함께 참석한 황씨는 “4년 전 거리응원을 하고 부대에 복귀하던 도현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 월드컵이 싫다”고 말했다.

황씨는 아직도 아들 방을 치우지 않고 하루에 두번씩 향을 피우고 불경을 켜고 충전된 아들의 휴대전화를 켜둔다고 한다. 화물운송업을 하고 있는 그의 15ｔ트럭 한쪽에는 아들이 군에서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고 조천형 중사의 아버지도 “슬픈 마음을 말로 어떻게 표현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태극전사 23명의 이름은 알아도 서해교전 사망자는 모른다”고 섭섭해했다. 기념식에 나온 생존 병사들은 여전히 정신적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외상이 없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9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인근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서 열리는 서해교전 4주기 민간 추모식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민국해군동지회 김용해(61) 중앙회장은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국민은 월드컵에 정신을 빼앗겨 서해교전과 희생장병들의 교훈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며 분개했다.

김 회장은 “사건 파장을 애써 축소하려고만 하는 정부 때문에 겪는 유가족과 생존 장병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남편의 죽음을 기억하기보다 감추려는 듯한 조국이 싫다며 지난해 미국으로 떠난 고 한상국 중사 부인 김종선씨가 현지에서 온갖 궂은 일을 하며 고생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 억장이 무너진다”며 흥분했다. 한편 민간단체인 국방포럼(KODEF) 중부지역 네트워크 주관으로 일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이날 오전 국립 대전 현충원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서해교전은 발발 3개월여 뒤인 2002년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군 수뇌부가 북한의 도발징후를 묵살하고 ‘단순침범’으로 보고 하라고 지시했다”는 폭탄 발언을 했던 당시 북한통신감청부대 부대장인 한철용 예비역 소장은 “무고한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간 서해교전 이후 북방한계선(NLL) 사수 의지가 더 공고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29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사시 아군의 북한 상륙작전을 위한 발판인 백령도 등 서해 5도는 북한으로선 ‘목에 가시’이기 때문에 NLL 무력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 = 장석범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