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 듣는다>추가경정예산, 재해·대량실업 등 발생할때 편성

정부가 올해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했다. 2조원이 넘는 규모다. 명분은 수해복구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경기진작을 위한 목적도 된다. 매년 되풀이되는 행사에 많은 전문가들은 재정규율을 흐트러뜨리고 국민부담을 늘린다며 비판하고 있다. 추경은 왜 매년 논란이 될까. 추경의 의미와 성과, 문제점 등에 대해 강계두(52) 기획예산처 행정재정기획단장으로부터 들어본다.

―추경의 의미에 대해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데요.

“추경은 본예산 외에 추가로 다시 편성하는 예산입니다. 예산 편성시에는 미처 예측할 수 없었던 경제·사회적 여건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지요.”

―구체적인 편성기준이 있나요.

“크게 세가지입니다. 올해처럼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했거나 전쟁이 났을 경우, 경기침체나 대량실업처럼 대내·외 경제여건이 크게 변화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할 지출이 발생하거나 늘어나는 경우 등입니다.”

―추경을 편성하면 국민들에겐 어떤 이익이 돌아오나요.

“사회·경제적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겠지요. 올해의 경우에도 대규모 수해가 발생했지만 추경을 통해 신속히 재해복구를 지원하고 이재민의 고통을 덜어주게 되면 경제·사회적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문제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본 예산만으로 한해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그래서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극히 제한적이고 보충적으로만 추경을 편성합니다. 우리 몸에 질병이 생겼을 때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약을 처방하여 신속히 치유하듯이 말이지요.”

―당초 예산을 짤 때 여러가지 불확실성까지 감안해야 되는 것은 아닌가요. 예컨대 예비비를 충분히 편성한다든지.

“예비비가 과다하게 편성되면 자칫 불용액이 크게 발생할 수 있어 재원배분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국회의 예산 심의권도 제약할 가능성이 있구요. 따라서 예비비제도는 최소한으로 운영하고 대신 추경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는게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올해는 수해복구를 위해 추경을 한다고 하지만 예년에는 주로 어떤 목적이었나요.

“외환위기 직후인 1999~2001년에는 실업대책, 저소득층 생계안정지원 등 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편성했습니다. 2002~2003년에는 태풍 루사나 매미 같은 대규모 재해에 따른복구지원을 위해 2004~2005년에는 서민생활 안정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돈은 다 어디서 마련하나요. 결국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닌가요.

“그래서 세계잉여금, 세외수입 등 직접적인 부담을 유발하지 않는 재원을 우선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부족할 경우에만 올해처럼 제한적으로 국채를 발행하게 되지요.”

―다른 나라에서도 추경을 하나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어떤가요.

“미국의 경우 9·11테러 복구·이라크전과 같은 대규모 재해나 국방지출을 위해 편성합니다. 최근 10여년간 모두 17회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영국이나 일본 등 내각제 국가들도 매년 1~2차례 정례적으로 추경을 짜고 있습니다.”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