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개천절 특집-21세기 개천절의 의미>동포재단 이사장 임기 만료 앞둔 소회 들어보니…

이광규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오는 11월 3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평생을 재외동포연구에 헌신한 학자가 정부산하기관 단체장으로 변신해 활동한 지난 3년에 대한 소감을 물었더니 그는 대뜸 “재외동포에 대한 정부관료들의 태도에 화가 났다”며 다음과 같이 솔직한 견해를 쏟아냈다.

“재외동포를 바라보는 위정자나 정치인들에 대해 아주 화가 난 적이 많았다. 저렇게 무식한 놈이 어떻게 위정자라고 앉아있나 화가 나서 때로 싸우기도했다. 작은 것을 갖고 아는 척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속상한 일이 많았다. 역시 지도자급이 되려면 뭘 좀 알아야 한다. 깡다구만 갖고는 안된다. 책 보고,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계발해야 한다.”

그는 특히 참여정부 들어 미국과의 긴장이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이날 인터뷰에서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한국을 ‘러키 보이(lucky boy)’라고 부른다”고 소개하면서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왜 미국이 유독 한국을 감싸는가에 대해 불평하는 데 우리가 미국의 지원으로 경제 기적을 이룬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이외에 지구상에서 한국 만큼 미국이 원조하고 정을 쏟을 나라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의 공적을 솔직히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발언이 ‘지나치게 친미적으로 보이지 않겠느냐’고 질문을 했더니 그는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부인해서는 안된다”면서 “글로벌 시대 민족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한민족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시점에서 미국이란 나라의 유용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나면 당분간 히로시마(廣島)에 체류하며 재일교포 문제에 대한 책을 쓸 계획이라고 했다. 그리고 미국 예일대로 가서 재미동포 연구 및 한국어 전파 운동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이사장으로 일하면서 해외 각지의 동포사회 현황에 대해 소개한 ‘동포는 지금’이란 책과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향후 방향을 제시한 ‘조국은 지금’을 펴냈다.

한편 2005년 현재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 국적동포 및 재외국민은 총 663만8338명이다. 국가별 재외 동포수는 중국이 243만9,395명으로 제일 많고 이어 미국 208만7496명, 일본 90만1284명, 구 소련지역의 독립국가연합 53만2697명, 캐나다 19만8170명, 호주 8만 4316명, 브라질 5만296명, 필리핀 4만6000명 순이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