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개천절 특집-제2開天 IT가 이끈다>삼성전자 기술혁명 ‘세계의 중심’ 으로

‘슈퍼 9월’. 2006년 9월은 훗날 IT한국이 기술혁명을 기록한 달로 기록 될 것이다. 삼성전자가 미래 이동통신의 표준 싸움에서 선도적인 깃발을 꽂은 4세대 이동통신(4G)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8월의 와이브로 미국 상륙에 이은 쾌거다. 여기에 반도체 한국의 미래를 받쳐줄 CTF(Charge Trap Flash) 기술도 9월11일에 나왔다.

표준은 권력이다. 먼저 표준을 만들고, 원가를 절감해 양산한 후 상용화를 하면 후발주자들은 따라 올 수밖에 없기에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휴대전화 부문에서 세계시장 선두다툼을 하는 와중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기에 이런 미래의 성장동력들을 마련할 수 있었다. 투자하는 만큼 살아남을 수 있다는 IT업계의 교훈이 다시 한번 증명되는 예다. 이들 통신과 반도체의 복덩이 기술로 IT한국의 미래가 더 쾌청해지고 있다.

◆ 4G - 와이브로 쌍두마차로 간다 = 성공적인 상용화의 길을 걷고 있는 와이브로. 한국 통신사업의 총아로 자리매김할 4G기술. 두 개의 선도적인 기술로 한국의 통신업계는 올해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8월8일 삼성전자는 독자기술로 개발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WiBro)’로 미국대륙에 당당히 입성했다. 미국의 통신사업자 스프린트가 삼성 와이브로를 차세대 통신기술인 4G의 플랫폼으로 공식 채택, 미국 전 지역에서 상용 서비스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와이브로(WiBro)는 무선주파수를 이용한 휴대인터넷이다. 웬만한 유선인터넷망 수준인 20Mbps를 지원한다.

와이브로가 초고속무선인터넷 시대로 넘어가는 징검다리라면 지난 9월1일 시연된 4G는 본격적인 무선커뮤니케이션시대를 열었다. 이날 정지 시 1Gbps급, 이동 시 100Mbps급 전송속도로 끊김 없이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4G 시범시연에 성공했다. 1Gbps의 전송속도면 MP3 음악파일(300MB) 100곡을 2.4초에, CD 1장(800MB)짜리 영화 1편을 5.6초에 전송받을 수 있다. 4G 시범서비스는 삼성이 지난해 와이브로 공개 시연 후 1년 만에 이룬 것이다. 삼성전자는 4G가 구체화되면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등이 융합돼 3G에서는 불가능했던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 가상현실, 생체인식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두 계약은 단순한 기술 개발이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와이브로의 경우 우리 기술로 만든 통신장비와 시스템, 단말기를 해외시장에 진출하게 된 점이 높게 평가 받는다. 그간 한국은 휴대전화 단말기는 강했지만 이동통신 산업망에서는 외국산 장비를 수입,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삼성전자만 배불리는 것이 아니다. 유럽, 남미, 북미로 진출한 와이브로는 국내 중소업체들이 생산하는 칩, 단말기, 시스템, 콘텐츠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와이브로 해외진출계약으로 인한 생산 유발 효과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33조8591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27만명의 신규 고용이 예상된다.

◆ CTF로 반도체 코리아 지속 =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지난달 11일 40나노, 32Gb플래시메모리를 세계최초로 개발해서 내놨다. 이날 발표회에 대한 관심은 매년 두 배로 집적률이 높아지는 ‘메모리 신성장론’의 지속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메모리 신성장론을 지켜나가기 위해 더 중요한 발표를 하겠다”며 “이번 32Gb플래시메모리의 탄생에는 CTF라는 신기술이 있다”고 밝혔다.

나노 미세공정이 점점 작아질수록 기술적 어려움에 부딪혀 온 것을 일거에 해결한 것이다. 기존에는 플로팅 게이트(Floating Gate) 방식을 썼다. 플로팅 게이트는 자석에 쇳가루를 붙여 여기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과 비슷해 자석의 크기가 작아지면 간섭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 새로운 방식인 CTF는 치즈표면의 구멍 같은 실리콘 기판 표면에 데이터를 심는 방식이라 간격이 좁아져도 간섭이 일어나지 않는다.

황창규 사장은 이날 “플래시메모리를 선보인 것이 제1의 물결, 칩을 2층으로 만드는 MCL 기술이 제2의 물결이라면 CTF는 ‘제3의 물결’이나 다름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CTF기술이 향후 반도체의 고용량화에 핵심이 될 것을 장담하는 말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시장규모에서는 D램보다 아직 작지만 영업이익률이 40%에 달하는 제품이라 매력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CTF를 통해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고용량, 슬림화를 이뤄 하드디스크와의 경쟁을 더 가속화할 방침. 현재 삼성전자는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로 세계 낸드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10년 이후 테라(Tera:1024기가)시대를 겨냥한 초 고용량 반도체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테라비트 낸드플래시를 위한 기초작업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승현기자 noyom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