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송년특집-2007년 외교·안보>‘교류단절’‘정상회담’… 극과 극 가설

새해 남북관계의 성공여부는 북핵 6자 회담의 진전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10월 핵실험 강행 이후 남북한 관계는 사실상 중단된 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분위기를 일시에 반전시킬 가능성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북핵 6자 회담의 진행 상황에 따라 남북 관계의 지형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6자 회담에서 북한이 핵 폐기에 대한 이행조치에 돌입하고,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체제 안전보장이나 인도적 지원을 재개해 나간다면 한국도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명분이 쌓인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반대로 북-미간 핵 폐기 협상의 진척이 난항을 겪는다면, 한국이 독자적으로 대북 인도지원을 재개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서는 바라지 않는 설정이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일단 6자 회담에서 ‘실질적 진전’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남북한간 대화채널도 다시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채널은 장관급 실무접촉이 꼽힌다. 미사일 발사이후 전면 중단되고 있는 쌀 차관과 비료지원을 촉매로 장관급 실무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인도적 지원이 실행된다면 이후 수순은 올 상반기에 활발히 논의되다가 중단된 각종 사업에 대한 논의재개로 자연스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북측 군부의 반대로 최종순간 무산된 남북 열차 시험운행과 경공업·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경협 사업이 우선적으로 꼽히는 논의의 대상이다.

열차 시험운행이 열리게 되면 자동적으로 군사회담도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열차 운행이 이뤄지려면 상호간 군사적 보장장치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사회담은 열차 운행뿐 아니라 임진강 수해방지와 남북 공동어로, 한강하구 모래채취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도 필요한 회담이다.

다만 군사 회담이 지난 2000년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는 국방장관 회담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방장관을 통해 미사일과 핵 실험 강행으로 극도의 긴장상태에 놓인 군의 긴장 상태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자연스레 정상회담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 정국과 맞물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어떤 식으로 국내 정치에 접목시킬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이같은 시나리오들은 모두 북핵 6자 회담이 순조롭게 진전을 이룰 때에만 가능한 내용들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 6자 회담의 진전이 없을 경우 남북한간 관계도 경색 국면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