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송년특집-2007년 세계>미국, 이라크 정책 1월 발표 ‘뜨거운 감자’

2007년 미국의 국내외 정책은 이라크 문제에 온통 사로잡힐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신년벽두 이라크 정책에 대한 결정을 내린 뒤 1월23일 상·하원 합동 연설 때까지 이를 발표한다. 12년간 공화당이 지배해오던 의회의 주도권은 1월 초 110대 의회가 개원되면서 민주당 주도로 넘어간다. 민주당의 의회 지배와 2008년 대선을 앞두고 가열되고 있는 전초전은 국내외 정책에서 부시 행정부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 최대 관심사는 이라크 = 부시 대통령은 1월 중 이라크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것이 1년 내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6일 초당파기구였던 이라크 연구그룹은 부시 대통령에게 2008년 1·4분기까지 미군철수 등을 권고했지만 부시 행정부는 오히려 미군증파를 검토하는 모습이다. 부시 행정부로서는 감군·철수가 이라크 내 종파 간 내전을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행정부 내에서는 현재 14만명에 달하는 이라크 미군에 최대 3만명을 단시일 내에 추가 투입해 이라크의 안정을 회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과 여론의 반발이 거세다. 최근 실시된 CNN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11%만이 이라크 추가파병안에 대해 동의했다.

◆ ‘북핵 등 3대위기’ =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 사태 외에도 미국은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 수단 다르푸르 사태 등에 봉착해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3대 위기’라고 이름 붙인 뒤 “외교적 해결도 어렵고 대안을 찾기도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6자회담에서 또다시 합의에 실패함으로써, 회담 자체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회담 교착기간 중 북한은 핵무기고를 늘려왔지만 유엔의 대북제재결의는 한국·중국의 소극적 태도로 별 효과를 못 내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에 대해서도 23일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이란은 거부했다. 이란 핵 개발을 저지하지 못할 경우 임기 말의 부시 대통령은 핵시설 선제공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포스트지는 분석했다. 다르푸르와 관련해서는 수단 내 석유 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경조치를 봉쇄할 전망이다. 부시의 대외정책은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나 ‘공화당 행정부의 임기 말 레임덕과 민주당의 의회권력 장악’이라는 정치지형은 북한에는 협상의 적기를 만들어내는 호재다.

◆ 110대 의회 개원 = 12년 만에 민주당 주도로 넘어온 의회는 1월2일 개원과 함께 주5일의 빡빡한 의정활동에 들어간다. 민주당은 중간선거 때 공언한 대로 ‘첫 100시간 어젠다’를 추진해 “워싱턴의 고인 물을 빼내고 새로운 룰을 만들 계획”이다. 예컨대 이라크 정책 등 새로운 외교안보정책, 최저임금, 석유기업 감세철폐 등의 국내적 변화가 추진된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새 의회의 핵심과제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그리고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 세계 지역현안 등을 꼽았다. 북핵문제는 세계주요 지정학적 현안 중 마지막이었다. 첫 번째는 중국·대만 문제였고 이란, 이스라엘과 주변국 문제가 그 다음이었다. 의회보고서는 국가별 각론에서 한·미관계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주한 미 지상군의 2008년 이후 추가 철수 문제를 비롯한 한·미 간 군사동맹 관계를 꼽았다. 특히 “2000년 이래 양국 간의 견해를 가르는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대북제재 문제는 양국 간 분열을 더욱 드러냈고 의회와 언론에서 한국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는 결과를 빚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주한미군을 동북아 다른 지역의 위기 대처에 사용하는 데 대해 한국이 거부의사를 밝힌 점도 미래 예상현안”이라고 덧붙였다.

◆ 2008 대선 전초전 가속화 = 벌써부터 가상대결 여론조사가 줄을 잇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미트 롬니 매사추세츠주 주지사, 던컨 헌터 하원 군사위원장, 조지 파타키 뉴욕주 주지사,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샘 브라운백 캔자스 상원의원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비롯해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 앨 고어 전 부통령, 존 에드워즈 전 부통령 후보, 톰 빌삭 아이오와주 주지사,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주지사, 조지프 바이든 델라웨어 상원의원이 거명된다. 특히 민주당의 힐러리·오바마의 여론지지 동향과 두 후보 연합가능성이 관심사다. 217년간의 백인 남성 미국 대통령 시대의 종언 가능성과 함께 공화당 8년 지배의 종식 여부가 최대관심사다.

워싱턴 = 최형두 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