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2007년 정해년(丁亥年)을 맞는 한국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일부에선 ‘황금 복(福)돼지’의 해라고 떠들썩하지만 어느 해보다 많은 암초와 복병이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부풀 대로 부푼 부동산 거품이 언제 터질지 모르고, 정부가 자신하는 4%대 성장률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여기에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차손이 수출기업들을 점점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경제규모로 볼때 연간 30만개를 넘는 일자리가 새로 생겨야 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밑돌면서 활력을 잃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성적 고유가와 북한핵, 노사갈등도 한국경제를 괴롭히는 요인이다. 내년 한국경제가 헤쳐가야 할 5대 리스크 요인을 집중 점검해 본다.
◆ 부동산 거품 터지나
내년 한국경제 최대 화두는 부동산 거품 붕괴다.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버블세븐 지역의 올해(1~11월 기준) 아파트 평균가격은 2002년과 비교해 볼 때 75.8%가 올랐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역시 35%대로 떨어졌다. 거품 붕괴론자들은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한 만큼 거품이 터지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견해다.
주택가격 하락세가 가속화될 경우 주택담보대출 부담이 늘어나면서 가계부실을 불러오고 건설경기하락→소비부진→내수침체의 악순환에 빠져 한국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은행권의 주택담보 대출액 잔액은 지난 10월말 현재 210조원. 이중 97.8%가 변동금리여서 기준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인상추세에 비춰볼 때 가계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주택가격 급등은 공급부족의 결과로 붕괴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위협받는 4%대 성장률
임영록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4.2~4.4% 정도”라며 “수출은 10% 내외, 소비는 3% 후반에서 4% 수준, 건설투자는 소폭 증가세로 반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4%대 성장률은 세계경제의 연착륙과 국내소비의 완만한 증가를 전제로 하는 낙관론에 근거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성장률을 4.3%라고 예상하면서도 3%대로 꺼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주택가격이 급락하고 미국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겹치면 보통 경기둔화 상황에서 경제 주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4%대 성장률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월 주택경기 냉각에 따른 건설투자 감소와 소비증가세 둔화를 이유로 내년 미국경제 성장률을 2.9%에서 2.5%로 하향조정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은 “미국경기가 하강하면 바로 중국경기도 하강한다”며 “그럴 경우 한국은 이중고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 글로벌 약달러 대공습
지난 12월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916.40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1997년 10월22일의 915.10원 이후 9년1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 원·달러 환율 하락은 최근 당국의 ‘구두개입’도 약발이 듣지 않을 만큼 대세로 자리를 잡는 추세다. 국내 수출제조업체에 약달러는 치명타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1200억원의 매출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더구나 일본 제품은 최근의 엔저(低)현상으로 해외시장에서 한국 제품을 압박해 들어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미국의 무역적자는 5862억달러로 전년동기보다 12.3% 증가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 제품의 해외시장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약달러를 당분간은 묵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장담하기 어려운 30만개 일자리
재경부는 지난 13일 ‘11월 고용동향 분석’을 발표했다. 12월 통계가 내년에 나오는 만큼 올해 중 사실상으로 마지막 고용동향 자료다.
이승재 인력개발과장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흐름상 전체적으로 30만명 내외의 취업자 증가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일자리 30만개 창출을 사수하고 싶어한다.
한국경제가 후퇴하지 않기 위해서는 매년 최소한 3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30만개 목표 달성은 정부 경제정책의 성적표이기도 하다. 올해 1~3분기(1~9월)동안 일자리는 전년대비 30만1000개가 생겼다.
그러나 4분기부터는 고용사정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9월 28만2000명, 10월 27만8000명, 11월 26만7000명까지 떨어졌다.
12월 자료가 나와야 올해 증가한 전체 일자리 숫자가 집계되겠지만 최근의 흐름대로 간다면 올해 가까스로 30만개 일자리 창출에 성공할진 몰라도 내년에는 장담하기 어렵다.
일자리중에 ‘쓸만한’ 제조업 일자리는 한해에 6만개 정도씩 사라지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 고유가와 북한핵·노사갈등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내년 국제유가를 65.2달러(북해산 브렌트유 기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준호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앞으로 유가는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등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급격한 상승이나 하락은 없는 가운데 올해 북해산 브렌트유 평균인 62.2달러선에서 오르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내년의 원유 수입액은 올해와 비슷한 500억달러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전체 수입액의 18% 정도를 차지하는 규모로 기업들은 내년에도 고유가의 부담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북한핵 문제는 6자회담에서 타결점을 찾지 못한 채 밀고 당기기를 거듭할 것으로 민간경제연구소들은 관측하고 있다.
노사분규 역시 내년에도 산별노조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대규모 사업장에서 수그러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