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8%대·주택정책 실패… 서민들 ‘신음’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는 지난 10년동안 사회 각 분야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특히 2001년 IMF위기 극복을 선언한 이래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청년실업률이 증가하는 등 고용불안이 가중됐다. 또 가계소득 증가율보다 소비 증가율이 늘었으며, 소비 양극화도 뚜렷해졌다. 중산층 이하의 경우 집값 폭등에 따른 주택자금 대출과 교육비 지출 증가 등으로 생활 만족도는 오히려 더 낮아졌다.

◆청년실업 급증 = IMF 10년 사회분야의 상징은 청년실업 증가 등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노동자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년실업률(15~29세)은 지난 8월 8.3%를 기록한 이래 8%대에서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11월 전체 실업률은 3.2%에 머물렀으나 20~29세의실업률은 7.4%나 됐다.

청년실업 증가는 신입사원 모집 경쟁률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9급 공무원 시험(부산·울산·경남·제주 지역) 공채시험 경쟁률이 1997.7대 1을 기록했다. 7명 모집에 1만3984명이 응시했다. 또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사무직 4명 채용에 4265명이 지원해 1066 대 1, 서울시 공무원 932명을 뽑는 데 15만명이 지원했다.

노동부에서는 지난 12월 말 현재 임시직과 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600만명이 채 안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최대 850만명이나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고용 형태가 된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8월말 현재 전체 제조업 취업자수는 411만4000명이다. 이는 IMF 이후 제조업의 고용감소가 본격화한 2000년의 424만명에 비해 13만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여성 근로자는 6년째 감소세를 기록하며 17만7000명이나 줄었고, 남성 취업자수는 5만7000명밖에 늘지 않았다. 반면 2000년 이후 6년간 서비스업 종사 여성이 130만여명이나 늘었다.

기존 직장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인천 남동구 소재 한 기계부품 회사의 막내둥이 사원의 나이는 37세다. 지난 10년 동안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근로자의 평균나이는 IMF 직전인 1995년 35.1세에서 2000년 36.2세, 2005년 37.7세로 높아지고 있다.

◆생활만족도 하락 = 정부의 양극화 해소대책에도 불구, 월 평균소득이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113만6000원)에 못 미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최저 생계비의 120% 이하인 차상위계층 등 빈곤층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들 빈곤층을 500만명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IMF 10년’은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에 훨씬 크게 영향을 미쳐 고용여건 악화에 이은 소득 축소를 가져왔다. 통계청의 ‘가계수지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을 계층별로 분석한 결과 상위 20% 계층의 평균 소득(630만원)은 5.3% 늘어난 반면 하위 20% 계층(80만원)은 1.6%나 감소했다. 양측의 소득 격차도 7.79배나 된다.

계층간 소득 불균형을 나타내는 도시근로자 가구 지니계수(수치가 높을수록 소득분포의 불균형이 심함)도 외환위기 첫 해인 1997년 0.28이었으나 다음해 0.31로 수직 상승한 이래 2006년까지 0.31을 유지하는 등 줄지 않고 있다. 이밖에 내집마련을 위한 주택자금 대출과 교육비 지출이 급증하면서 중산층 이하 국민들의 생활만족도도 하락세에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7월 전국 3만3000가구의 만 15세 이상 가구원 7만여명을 대상으로 가족, 보건, 사회참여, 노동 분야 사회통계조사를 벌인 결과, 국민들은 생활 만족도에서도 양극화 양상을 뚜렷히 보였다. ‘경제, 직업, 건강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생활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불만족’ 8.8%, ‘약간 불만족’ 23.6%로 불만족스러워하는 이가 전체의 32.3%를 차지했다. 이는 2003년 조사때보다 ‘불만족’답변이 4.0%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김순환기자 so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