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은 일자리로-끝>그라민銀 빈곤퇴치 운동 “이젠 세계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한 고객이 유누스 총재의 대형 입간판이 있는 그라민은행 본점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다카(방글라데시) = 이동현기자

지난 3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미르푸르 2번지 그라민은행 앞은 새해 첫날 업무를 보려는 현지인들로 북적거렸다. 금식 성월(聖月)인 라마단과 더불어 무슬림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가 끝난 지 하루가 지났지만 거리에는 전날 도축한 수천마리 소들의 피냄새가 채 가시지 않았다. 다카 거리 곳곳에는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마이크로크레딧(무담보소액대출제) 창시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의 얼굴 사진과 함께 ‘나라의 자랑(Nations Pride)’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방글라데시를 전세계에 널리 알린 유누스 총재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은행가’로 불리며 방글라데시인들 사이에서도 가장 존경 받는 인물이다.

그라민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작은 신발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코르세드(29)씨는 “유누스 총재야말로 방글라데시인들을 구원한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고리대금업자들의 횡포 속에 당장의 끼니 걱정을 해야 했다는 그는 “이 나라 정부에는 희망이 없어도 유누스 총재와 그라민은행은 유일한 우리의 희망”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관련기사 12면

1976년 설립된 그라민은행은 지난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치타공 대학의 경제학 교수였던 유누스 총재가 단돈 27달러를 털어 시작했던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은 이제 직원 1만8151명, 총지점 2185개를 운영하는 거대 은행으로 발전했다. 그라민은행은 지금까지 600만명이 넘는 빈곤계층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통해 삶의 희망을 전해줬고 이 가운데 60%가량이 이미 빈곤을 탈출했다.

그라민은행은 이제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전세계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거대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미 동유럽·남미·인도 등 저개발 국가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포함한 전세계 52개국에서 그라민은행은 직·간접적으로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낫 콴니네 그라민은행 국제업무 총괄매니저는 “지난 1999년 전쟁의 포화 속에서 처음 시작한 코소보 마이크로크레딧 사업도 이미 본궤도에 올라섰다”면서 “가난한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은 문화와 경제여건에 관계없이 어디서나 통하는 기본 체계(Basic System)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라민은행의 다음 목표는 ‘사회적 사업(Social Business)’의 확대다. ‘사회적 사업’이란 기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윤을 공공부문에 재투자하는 것. 이미 그라민은행은 이동통신사업인 ‘그라민폰’, 농촌에 전력을 공급하는 ‘그라민샥티’와 같은 계열사를 운영중이다. 또 세계적인 다국적 유제품회사인 프랑스 다농과 손잡고 ‘그라민-다농 컴퍼니’도 설립했다. 그라민은행과 다농이 75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그라민-다농 컴퍼니’에서는 빈곤에 허덕이는 어린이들에게 45개 필수 영양소를 담은 요구르트를 생산해 공급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예정이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 공공부문에 되돌려주고 효율성을 높여 재투자함으로써 확대 재생산을 이루겠다는 게 ‘사회적 사업’의 목표인 셈이다. 누잔 베굼 그라민은행 홍보 책임자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일회성에 그치는 기부행위보다는 지속적인 부의 확대 재생산이 가능한 ‘사회적 사업’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빈곤 퇴치를 위한 그라민은행의 사업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카(방글라데시)=이동현기자·경제부 offram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