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美 총기참극 ‘충격’>‘홀로코스트 생존’ 老강사 제자들 구하려 문 막다 참변

미국 대학 사상 최악의 참사인 버지니아공대 총기 사건 희생자 가운데 한국계 신원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17일 뉴욕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버지니아공대 신입생인 래리 킴(20)씨가 수업을 듣던 중 총기 난사로 희생된 것으로 전해졌다.

킴씨의 주소지는 뉴저지주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팰리세이드 파크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계가 맞는지 여부는 아직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다.

또 버지니아공대 노리스홀 211호실에서 외국어 강의를 듣던 중 총격을 받고 사망한 메리 리드(19)양도 어머니가 한국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한 지역신문은 메리 리드양의 아버지는 미 공군이고, 어머니는 한국인으로 리드양이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의 희생자 가운데 한국계일 가능성이 제기된 ‘헨리 리’는 중국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참사가 치정에 얽혀 빚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첫 번째 희생자였던 에밀리 제인 힐셔(18)는 자신의 기숙사 방에서 희생됐다.

조승희씨는 자신의 기숙사 방에 ‘네가 이번 일을 저지르게 했다’는 메모를 남겼다. 당시 기숙사 도우미인 이 대학 라이언 클라크도 함께 숨졌다.

이번 참사로 학생뿐 아니라 이들을 지도하던 교수들도 상당수 희생됐다. 특히 이민자 출신의 총격에 루마니아, 인도, 캐나다 등 다양한 국적의 교수들이 희생된 점도 눈길을 끈다.

제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기계공학 및 수학담당 강사인 리비우 리브레스쿠(76)씨는 조씨가 총격을 가할 당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강의실 문을 가로막고 섰다가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현장에 있다가 살아남은 학생들은 그가 온몸을 던져 문을 막으며 “피하라”고 학생들에게 소리치는 등 피해를 줄이려고 애썼다는 내용의 e메일을 그의 부인 말레나씨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독재정권 치하의 루마니아에서 탈출, 1978년 이스라엘에 정착했다가 1986년부터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해온 그는 마침 홀로코스트를 애도하는 기념일에 희생당해 이스라엘 언론 등의 안타까운 보도가 이어졌다.

인도 출신의 건축환경공학 교수인 G V 로가나산(51) 교수는 참사 이틀 전 인도의 모친과 통화를 하며 “몇년 내로 귀국하겠다”며 모자 상봉의 기대감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가나산 교수는 1982년 미국 퍼듀대에서 박사학위를 위해서 도미했으며 마침 버지니아 공대에 재학 중이던 그의 딸은 다행히 이번 총격을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조지아주 출신의 독일어 교수 크리스토퍼 비숍(35), 케빈 그라나타 기계공학과 교수 등도 희생됐다. 숨진 쿠튀르노와크 교사는 원예전공인 남편과 함께 버지니아공대에서 프랑스어를 강의해왔으며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 캐나다 동부 노바스코샤 농업대학에 재직했다.

아무 이유 없이 희생당한 학생들의 사연도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 등을 통해 속속 전해지고 있다.

로가나산 교수의 강의를 듣던 중 희생당한 자렛 레인은 농구 등 운동에 출중했던 스포츠맨으로 교내에서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튜 라포티(20)는 버지니아공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 촉망받던 기대주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혜승기자 hsje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