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재보선 후폭풍>범여권 주자들 ‘손익계산’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난 재·보궐 선거 결과를 지켜본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손익계산은 복잡하다. 언뜻 보기엔 범여권 통합의 가능성이 열리면서 제 정파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주자들이 대선 행보를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대전 서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그동안 범여권 통합에 부정적이었던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당선되면서 서부벨트연합(충청+호남)이 어려워져 주자들이 고전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유·불리 엇갈린 평가 = 주자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이번 선거 결과에 서로 다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진단과 어차피 범여권 후보인 이상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이 서로 엇갈린다.

열린우리당 오영식 전략기획위원장은 “표심은 이번 선거 결과로 기존 정당에 대해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면서 “정치권 밖에 있는 잠재적 후보군들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오 위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가 어느 주자에게 유리한가 개별적으로 진단하기엔 이르지만 아무래도 정치권 밖에 있는 주자들에게 플러스 요인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근태,정동영 두 전직 열린우리당 의장 등 범여권 대선주자를 꿈꾸면서 제도권 내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겐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근태 전 의장의 핵심 측근인 이인영 의원은 “어차피 ‘범여권’이라는 틀에 다같이 묶여 있기 때문에 손익계산을 따져보면 특정 주자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민병두 의원도 “특정 주자의 유·불리보다는 범여권 대선주자들 모두 ‘통합’되면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다”고 전했다.

◆ 통합의 걸림돌 심대평 =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대학선배이자 고향(충남 공주) 선배인 국민중심당 심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정 전 총장에게 유리한 구도가 마련됐다고 보는 시각들이 있다. 정 전 총장은 26일 심 후보와 관련, “기회가 됐을 때 못만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보선결과가 정치참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별로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5월 말쯤 정치참여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은 “심 후보의 당선은 정 전 총장은 물론 손학규 전 지사에게도 이로운 구도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오는 12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호남+충청연합’이 필수지만 심 후보가 오히려 범여권 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내에선 “충남지사를 지낸 심 후보가 원내에 진출해 대선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오히려 정 전 총장의 충청주자론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