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충성 강요 느낌” VS “국가관 더 강화를”

정부가 ‘국기에 대한 맹세’ 문안을 시대 변화에 맞게 바꾸기로 한 것과 관련, 이를 둘러싼 찬반여론이 일고 있다. 또 올 7월부터 발효될 국기법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까지 겹쳐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국기에 대한 맹세의 문안을 국민 의견을 모아 새롭게 바꾸기로 했다”며 “다음달 8일까지 행자부 홈페이지(www.mogaha.go.kr), 참여마당 신문고(www.epeople.go.kr)와 팩스(02-2100-4091) 등을 통해 국민의견을 수렴하겠다”고 31일 밝혔다.

◆“시대변화 맞게 수정” vs “국가관 정립 위해 유지” = 행자부 의정팀은 “지난 5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국민의견을 물은 결과, 맹세 조항을 유지하자는 의견(75%)이 많았고, 맹세문의 수정 여부와 관련해서는 현행 유지(44%)와 수정 필요(42.8%)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며 “학생과 청·장년층에서 수정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수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헌규 행자부 의정팀장은 “기존 문안 중에서 ‘조국과 민족의’‘몸과 마음을 바쳐’ 등의 구절이 글로벌시대에 맞지 않고 충성을 강요하는 느낌을 준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진무상 한국국기선양연구원장은 “글로벌시대야말로 젊은 층의 국가관을 강화해서 나라의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어법이 틀렸다면 그것만 고치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에 신지호 자유주의연대대표는 “국가관 확립을 위해서 ‘맹세’ 조항을 유지하되, 국가주의 냄새가 나는 문안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기법 구성에 문제” vs “문제 있어도 법체계상 불가피” = 진 원장은 “7월에 발효될 국기법 2조가 앞뒤 문맥과 상관없이 ‘공공기관’을 정의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며 “국기법이 이렇게 허술하다면 국기에 대한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법안 기초의 실무를 맡았던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은 “문맥에 맞지 않지만, 법체계상 ‘정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국기 게양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의 범위를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또 진 원장은 “행자부가 입법예고했던 시행령의 7, 8, 9조가 국기의 작도(作圖)를 규정하고 있는데, 태극 문양의 색깔·위치와 깃면의 바탕색을 지정하지 않아서 이를 통해서는 태극기를 그릴 수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행자부 의정팀은 “국기법의 하위법령이어서 법에 정해놓은 것은 삭제하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며 “내부 검토를 거친 후 법제처와 논의해서 보다 완벽한 시행령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행자부가 제시한 ‘맹세’ 예시문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서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위하여 국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사랑과 자유와 평등의 이름으로 국민의 의무를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하여 정의와 진실로써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