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달리는 캠퍼스>“영어강의 늘려주세요, 플리즈∼”

글로벌 리더의 꿈을 품고 국내 대학을 찾은 외국인 재학생들의 대학 평가는 어떠할까. 동·서양,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세계 각지에서 한류를 타고 몰려든 외국인 학생들. 명실상부한 글로벌 대학으로 재도약 하기 위해서라면 이들의 의견에 귀기울이는 건 상식으로 통한다. 모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학생들 사이에서 번지는 ‘입소문’을 통해 대학은 잠재적 외국인 재학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학생들은 대학의 세계 랭킹을 따지기보다 자기에게 필요한 교육환경과 커리큘럼 제공을 최우선 순위로 꼽고 있다.

◆영어강의가 너무 부족해 = 서울대 동양사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위터 리사 캐서린(여·25·미국)은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아 미국에서 고교 졸업 후 바로 한국으로 왔다. 캐서린은 “서울대의 우수한 명성을 듣고 지원했다”며 “그런데 영어로 된 강의가 생각보다 적어서 한국말을 모르는 외국인 학생들이 유학을 오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캐서린은 “일부 외국인 교환학생 친구들은 한국교수들의 영어발음을 알아듣기 힘들다고도 했다”며 “외국인 교수가 좀 더 충원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약학부에 교환학생으로 온 카시넨 라이사(여·27·핀란드)도 영어로 된 강의의 양적 부족을 지적했다. 카시넨은 “약학부 교환학생으로 왔지만 전공인 약학수업은 듣지도 못하고 있다”며 “약학부 수업 중 고작 4개 수업만 영어로 이뤄지는데 핀란드에서 이미 수강한 전공과목이라 그냥 경영학 수업을 듣고 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UIC)에선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돼 외국인 학생들에게 인기다. UIC 학생인 수리야몽콜 차녹넌(여·태국)은 “모든 강의가 영어로 제공돼 주저없이 진학을 결정했다”며 “그러나 더 다양한 강좌와 전공개설이 필요하고, 외국인 교수가 더 확충되면 좋을 것”이라고 소망했다.

◆고교식 수업방식 불만 = 성균관대 전기전자 및 컴퓨터공학부에 교환학생으로 온 카시넨 미코(28·핀란드)는 “교수들의 수업방식은 대체로 혁신적이고 수업시간에 다뤄지는 다양한 사례나 이슈들이 매우 흥미롭다”면서도 “학생들의 프레젠테이션이나 팀프로젝트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학생들이 단지 A+ 학점에 집착해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경쟁하기에 바쁘다”며 “시험도 한 시간 안에 교과서와 보충자료의 내용을 그저 암기하는 식이라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경희대 한국어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베텔(27·에티오피아)은 “교수님들이 외국인 학생들에게 학업뿐 아니라 생활 지도까지 해줘 친근하지만 여전히 ‘교수님은 왕’이라는 분위기가 있다”며 “한국대학은 교수와 학생 간에 거리감이 있다”고 얘기했다.

고려대 교환학생인 크리스토퍼 루크 데비스(23·호주)는 “무엇보다 정부부처 등 현장에서 일을 하다 온 교수들이 경험에 근거해 지도하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며 “학문적 자격 외에도 현장경험을 갖춘 교수진들에게 배우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한국인 학생과 교류 확대 = 데비스는 “고려대가 ‘KUBA(Korea University Buddy Assistants)’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외국인 유학생들과 한국인 재학생들을 연결해주는 게 매력적 요소”라고 언급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질소드 굴라모트(23·우즈베키스탄)는 지난 4월 학교측에서 개설해 준 외국인학생협의회(SISA) 회장을 맡아 활동 중이다. 굴라모트는 “최근엔 서울대 외국인 학생들의 체육축제도 열었다”며 “서울대는 각국의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으니 이같은 학생활동 및 교류가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녹넌도 “UIC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문화나 관습 등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이 더 많이 제공되면 우리가 한국사회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랐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