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6월 ‘엇갈린 행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노동계가 다시 술렁이는 가운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한국노총은 ‘화합’을 강조하며 공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반면 민주노총은 ‘투쟁’을 선언하고 파업의 시동을 걸고 있다. ‘노동자의 권익보호’라는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는 양대노총의 다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한국노총 ‘화합으로 공생’ = 노동계 내에서도 온건파로 분류되는 한국노총은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 노사관계에서도 ‘대립’보다는 ‘화합’을 통한 새로운 파트너십 형성에 중점을 둔다. 한국노총은 이를 위해 25일 오후 2시 경영자총연합회와 함께 ‘노사발전재단’을 구성했다. 재단을 통해 고용과 복지를 중심으로 상호존중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노사관계의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한국노총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익구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은 “노동조합은 전투적인 분배투쟁만 강조하고, 기업은 노동배제적인 경영으로 일관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노사가 협력하는 새로운 경영질서를 만드는 것은 시대적 요구”라고 말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9일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과 함께 일본을 방문해 투자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투자설명회에는 일본의 정·재계 고위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외국인 투자유치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결국 노동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다”고 투자유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민주노총 ‘파업으로 총력 투쟁’ = 민주노총은 노동 관련 쟁점들이 집중된 6월을 총력투쟁 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6월에 투쟁을 집중시켜 한·미 FTA비준 반대, 비정규직보호법 개정, 최저임금 개정 등 산적한 노동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25일 ‘한·미 FTA비준 반대 파업’을 강행한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25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금속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와 사용자 단체의 악의적인 선전이 도를 넘고 있다”며 금속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보건의료노조도 25일 자정까지 산별교섭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26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민주노총은 29일 오후 1시 대학로에서 ‘6월 총력투쟁 승리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투쟁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8일에는 조합원 5000여명이 마포대교 남단 교차로 상·하행선을 점거하고 1시간40여분간 시위를 벌여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기도 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비정규직법안, 한·미 FTA 등 노동관련 쟁점에 대해 정부에 숱하게 대화를 요청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총력투쟁 말고 다른 대안은 없다”고 밝혔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