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지도부 “시민이 애원해도 파업합니다”

“조합원들이 반발해도, 시민들이 애원해도 우리는 파업을 강행합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와 관련해 28, 29일 이틀 동안 파업의 길로 들어설 방침이다. 노조내부에서는 조합원들이, 외부에서는 시민들이 파업철회를 간절히 호소했지만, 현대차 지도부의 파업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27일 오전 7시30분부터 울산공장 각 정문에서 정치파업을 독려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상욱 지부장 명의로 된 이 유인물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다 함께 떨쳐 일어나자’는 제목의 파업 독려 호소문이다. 이 지부장은 이 유인물에서 “노동자와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파업을 위해 떨쳐 일어나야 한다”며 “임단협(임금단체협약) 투쟁의 전초전인 이번 파업에 힘차게 참여하자”고 밝혔다. 노조지도부는 이에 앞서 26일 오전 10시에도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27, 28일 각 4시간 6시간 부분파업 일정을 다시 한번 확정, 발표했다.

●…회사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공장생산라인은 정상가동하기로 했다. 회사는 26일 각 공장장 명의의 호소문을 내고 “28일과 29일 정상조업을 실시하니 직원 여러분의 협조를 당부한다”며 명분 없는 정치파업을 중단하고 회사의 정상 조업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28일 오후 1시부터 현대차 곳곳에서 공장 가동을 놓고 사측과 노조가 충돌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회사는 이날 조반장과 파업반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노조 측은 대의원 등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을 가능한 한 생산시설에서 떨어지도록 유도할 계획이어서 이 과정에서 마찰과 충돌이 예상된다.

●…노조가 28, 29일 파업을 예정대로 강행한다고 발표하자, 울산공장 조합원들이 소속된 각 동호회는 26일 “남은 파업도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잇따라 내걸었다. 사내 봉사단체로 알려진 함월회, 등대회, 교통질서봉사대, 등록헌혈봉사대, 특전재난구조대 회원 일동은 ‘또다시 고객들의 외면을 받을 수는 없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냈다. 또 헬스회와 배구회 등 13개 스포츠와 문화 관련 동호회도 이날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지키자’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부분파업 일부철회 결정을 환영한다”며 “연말 성과금 사태부터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았는데 또다시 파업을 하려 하고 있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다. 현장을 생각하는 결단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울산지역 140개 시민사회경제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협의회’는 26일 오후 3시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정문 등 3개 정문 앞에서 회원 4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갖고 노조에 파업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현대차의 위상에 대해 울산시민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만 매년 되풀이 하는 파업이 지역경제를 위태롭게 만들고, 시민의 생업피해가 적지 않다”며 “비생산적인 정치파업을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 울산본부 조합원 5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울산상공회의소 1층에서 현대차노조 파업철회촉구 집회를 위해 시민단체가 준비한 피켓과 어깨띠 등을 훼손하며 30여분 동안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이날 11시쯤 상공회의소 앞에서 행복도시 만들기 울산협의회가 현대차노조 죽이기를 하고 있다”는 기자회견을 한 뒤 이두철 상공회의소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어 이들은 하부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울산본부장 등이 박종근 울산상의 상임부회장과 면담하기 위해 7층으로 올라간 사이 1층 로비에서 파업철회 촉구문구가 담긴 어깨띠와 현수막, 피켓 등을 상공회의소 밖으로 끄집어내 던지는 등 훼손했다.

울산 = 곽시열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