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뒤 내수 위축이 경제불안 불러”

한국 경제는 지난 1987년 이후 20년간 몇차례 급격한 정치·사회적 변화와 함께 경제시스템의 변화를 겪어왔다.

1970년부터 1986년까지의 한국경제가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경제시스템에 의해 작동해왔다면 이후 10년간은 내수와 수출 조화형 성장기로 분류된다.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90년대 한국경제는 소비와 건설투자가 설비투자를 이끌고, 설비투자는 다시 수출확대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이 시기에 주택 200만호 건설로 건설부문의 취업자가 크게 증가했다. 또 투자확대와 더불어 3저 호황, 반도체 호황이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이에 힘입어 내수부문의 연평균 성장률은 9.6%에 달했고, 수출부문 역시 동반 성장하면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7년 이후엔 소비를 앞장서 견인하던 설비투자가 힘을 잃으면서 양자가 정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최인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불안정성은 내수부문의 위축에 기인한다”며 “2001년 경기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내수진작책이 오히려 가계신용 버블(거품)로 연결되면서 이례적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외환위기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수출부문은 정보기술(IT)산업의 성장 등을 바탕으로 회복세를 나타냈다.

1997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비중은 41.4%로 1987~1996년의 2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최 연구원은 “미국이나 일본, 독일이 성장 초기부터 내수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바탕으로 수출주도형 경제로 발전한 반면 한국은 수출주도형 거시경제가 우선하는 경제시스템”이라며 “한국경제가 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선진국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한국형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