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노조 잇단 파업 불참… 상부지침 강요 안 먹힌다

금속노조의 파업지침에도 불구하고 산하 지회 노조 집행부들이 조합원들의 파업 거부에 책임지고 사퇴하는가 하면, 파업에 불참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상위 노조의 지시가 전혀 먹히지 않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예전에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향후 명분이 약한 ‘정치 파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삼호중공업 노조(위원장 김종석) 집행부는 28일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의 파업지침을 거부하고 조업을 벌인 데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다.

이 회사 노조는 당초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 파업 방침에 따라 이날 오후 1시부터 4시간동안 부분파업을 벌이려고 했다. 그러나 노조원들이 집행부의 뜻을 따르지 않고 정상 조업을 했다.

노조 집행부는 이에 따라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소집해 전원이 사퇴키로 결정하고 29일 예정된 부분파업도 취소했다.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총조합원 수가 1700여 명으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광주 하남산업단지 내 캐리어 노조와 함께 금속노조 산하 광주전남지역 최대 사업장 가운데 한 곳이다.

쌍용차 노조도 28~29일 금속노조가 주도하는 반FTA 파업에 아예 불참했다. 대신에 임금협상에 주력해 쌍용차 노사는 28일 ‘2007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노조의 이같은 방침은 올해초부터 이번 파업을 원치 않는 대다수 조합원들의 여론을 수렴한 결과다.

잠정합의안의 골자는 ▲기본급 5만원 인상 ▲판매목표달성 격려금 200만원 지급 ▲고용보장, 투자집행, 투명경영 등 세 가지 특별협약 등이다. 29일 새벽까지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이번 임금교섭안은 52.62%의 조합원 지지를 얻어 성공적으로 타결됐다.

GM대우 노조도 이번 파업에 집행부 50여명만 참여해 사실상 파업에 불참한 거나 다름 없다. 이 회사 노조는 조합원들의 정치파업에 대한 반발 정서를 감안해 이같이 결정했으며 부평, 군산, 창원 등 전 공장에서 라인을 정상 가동했다.

영암 = 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