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참여… 파업강행… 곳곳 勞-勞 갈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먹구름 낀 울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파업 이틀째인 29일 오전 울산 북구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을 통해 출퇴근 교대를 하는 울산공장 직원들의 머리위로 먹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다. 울산 = 곽성호기자

정치파업 이틀째를 맞은 현대자동차에는 반대정서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출근길 조합원 대다수는 29일에도 공장만 돌아간다면, 일을 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런 가운데 생산현장에서는 ‘생산라인 생산 스위치’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노사간 힘싸움이 빚어지고 있다. 노조의 파업에도 불구, 생산라인을 돌리려는 회사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노조측과의 마찰이 계속됐다.

●…29일 출근길에서 만난 조합원들 대다수는 파업에 대해 여전히 불만이었다. 올해 입사한 진모(26)씨는 “어제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오늘도 여전히 파업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노조원 뜻을 존중하지 않는 노조가 어딨느냐”고 말했다.

김모(44)씨는 “어제 일부 공장 가동이 중단됐지만 일을 하고자 하는 일부 조합원들이 노조활동가들에게 언성을 높이면서 왜 일 못하게 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며 “임금이나 복지차원이 아닌 정치적 목적으로 파업하는 데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류모(39)씨도 “어제는 생산라인이 서버리는 바람에 파업에 참여하는 결과가 빚어졌지만, 마음은 파업에 직접 참가하지는 않았다”며 “한·미 FTA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회사를 상대로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노조 간부들이 정치 진출을 위해 파업을 이용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모(44)씨는 “노조 간부들은 처음에 조합원 찬반투표를 한다고 했다가 여론이 불리하니까 자기들끼리 결정해 버렸다”며 “노조위원장 몇 번 하면 북구청장하고 그 다음에 국회의원하려는 것 아니냐”며 노조의 파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근로자들은 여전히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거나 현장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파업이 시작된 직후에도 라인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모(42)씨는 “16년동안 이곳에서 일을 했지만, 조합원을 위해 한 파업을 별로 없고, 지도부의 욕심이나 정치적 욕망 때문일 때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인근에서 대기중인 전모(38)씨도 “회사를 지켜야 월급이라도 나오는 것 아니냐, 회사가 라인을 가동하면 바로 작업현장에 뛰어들 것”이라며 손에 든 장갑을 놓지 않았다. 모두가 현대차 파업현장에서 종전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낯선 풍경들이었다.

●…그러나 이른 아침부터 노조 간부들은 유인물을 돌리며 파업 참여를 독려했다. 이날 오전 7시쯤 출고문에는 조합 간부 1명이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출근하는 조합원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줬다. 2공장 정문과 4공장 등 노조원들이 출근하는 개별 정문마다 노조 간부들이 3~4명씩 나와 유인물을 돌리며 파업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 4공장 정문에서는 노조 간부 7명이 ‘한·미 FTA 철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와 파업 내용을 알렸다. 출근길에 있는 육교 앞에도 감색 노조 조끼와 머리띠를 두른 노조 간부들이 육교 입구마다 유인물을 돌렸다.

●…정치파업 첫날인 28일 오후에는 공장별로 조업을 강행하려는 관리자, 조합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노조 측과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노조간부들은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는 메인 스위치를 끄고 온몸으로 막는 등 회사의 조업 시도에 맞섰다. 회사 측은 스위치를 켜려고 서로 시비가 붙는 등 1시간가량 대치했다. 하지만 현대차 거의 모든 공장에서 약간의 몸싸움은 빚어졌지만, 폭력 사태 등 심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불법파업을 주도한 혐의(불법 파업에 의한 업무방해)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이상욱 지부장 등 노조지도부 23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현대차는 “한·미FTA 반대 파업으로 울산공장에서만 첫날 차량 1565대의 생산차질을 빚어 203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다”며 “이 지부장 등 노조 간부 6명과 각 사업부 대표 9명 등 모두 15명에 대한 고소장을 이날 오후 4시 울산 동부경찰서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됨에 따라 곧바로 노조 간부들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하고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설 예정이다.

●…충남 아산시 인주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전주상용차 공장도 28일에 이어 29일도 오전 10시부터 파업이 시작돼 대부분의 생산 라인이 멈춘 상태다.

노조원들 대부분이 생산라인이 멈추는 바람에 금속노조의 파업에 동참했다. 회사측은 전날에 이어 비조합원과 일부 사무직 등을 동원해 공장 가동을 시도하고 있으나 강경 노조원들의 제지를 받고 있다. 전주상용차 공장의 한 신입사원은 “어떻게 해서 들어온 회사인데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생산라인이 멈추다니 이해가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울산·아산·전주 = 김창희·곽시열·장석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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