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이렇게 풀자>수정법·산집법·수질법 등 개정 ‘파란불’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된 국회 입법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에서 규제 관련 핵심 법안인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개정안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노후 공업지역 등을 ‘정비발전지구’로 지정해 공장 신·증설 제한 등을 풀어주는 수정법 개정안의 연내 통과에 ‘파란 불’이 켜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철옹성 같은 수도권 규제의 문이 열리고 있다”고 했다. 경기 이천 하이닉스 공장의 구리 배출 기준치 완화를 위한 수질환경보전법 등의 개정안 논의도 무르익고 있다.

◆수정법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듯 = 수도권 전체를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환경)보전권역으로 나눠 대기업 등의 공장 입지(立地)를 규제하고 있는 수정법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하다. 건교위는 정부안과 이재창·정장선·정진섭 의원 안을 병합 심사해 지난달 22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수정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수도권 내 공공기관 이전 부지(49개 중앙행정기관, 175개 공공기관), 20년 이상된 노후 공업지역, 연천·포천 등 접경 지역, 의정부·동두천 등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등을 ‘정비발전지구’로 지정해 공장 신설·증설·이전 금지 등의 규제를 완화하고, 도시개발 및 택지개발 사업 등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정비발전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구체적인 규제 완화 내용은 수정법 시행령에 담긴다. 특히 개정안에는 신규 공업지역을 지정해 노후 공업지역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해 공장 수요를 충족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 지역정책과 김태정 사무관은 4일 “수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연천, 포천 등 수도권 동북부 지역의 경제 침체를 해결해줄 뿐만 아니라 안양, 부천, 과천 등 포화 상태인 과밀억제권역의 인구와 산업이 개발이 덜 된 성장관리권역으로 분산돼 수도권 내 균형발전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수정법 개정안은 수도권 내 공공기관 이전 지역의 개발 수요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정부와 정비발전지구를 통한 규제 완화를 요구해온 경기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법안 처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건교위 관계자는 “비수도권 지역 의원들의 일부 반대가 있지만 정부가 시행에 적극적이어서 9월 정기국회에서 조기 처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관련 법 논의 활발, 산집법은 ‘난망’ = 하이닉스 관련 법으로 불리는 수질환경보전법, 환경정책기본법 개정안은 특정수질 유해물질인 구리배출 기준치 완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4월 환경노동위에 신상진, 차명진 의원 안이 상정돼 그동안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두 법안은 폐수무방류배출 시설을 갖추거나 구리 배출 농도를 9ppb(ppb는 10억분의 1) 이하로 처리하는 수질오염방지 시설을 두면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이다. 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공장의 구리 공정 전환을 위해서는 법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환노위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법안 심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정부에서도 무방류배출 시설을 전제로 법 통과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강 수계 보전을 위한 수정법상 자연보전권역(이천, 양평, 광주 등 8개 시·군 3838㎢)에 대한 공장설립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산집법 개정안은 산업자원위에서 입법 논의가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규택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현재 자연보전권역 내 500㎡ 이상 공장 신·증설, 이전 및 업종 변경 금지 등을 일부 풀어 첨단 업종 공장에 한해 신·증설 등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한강 상수원 보호를 위해 대기업 공장 신·증설을 강력 규제하고 있는 산자부가 반대하고 있고, 비수도권 지역 의원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어 법안 처리 여부가 난망한 상태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에서 자연보전권역은 규제의 마지막 보루라고 인식하고 있어 반대 입장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팔당 상수원 규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 등 각종 규제로 재산권에 제한을 받고 있는 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정부가 규제를 개선하려고 하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충남·김성훈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