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목사 살해·임현주씨 인터뷰는 고도의 심리전, 탈레반 협상 의지 남아있어”

“탈레반이 고도의 심리전을 펴는 것은 아직도 협상 의지가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국제범죄와 테러리즘 전문가인 경찰대 이종화(44) 교수는 27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 세력이 배형규 목사를 잔혹하게 살해한 데 이어 납치된 임현주(여·32)씨를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하도록 한 것은 고도의 심리전”이라며 이처럼 분석했다.

이 교수는 “탈레반이 잔혹한 살해로 단호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납치된 여성 인질이 도움을 호소하도록 함으로써 한국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해 한국 정부측에 압박을 가하려는 술책”이라고 풀이했다. 안타까움을 느낀 국민들이 정부측에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도록 부담을 줘 탈레반이 얻고자 하는 실익을 얻으려는 속셈이란 것이다.

이 교수는 이어 “탈레반이 심리전을 쓴다는 것은 아직도 협상 의지가 남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협상 의지조차 없다면 일찌감치 인질을 석방했든지 아니면 모두 처형했을 것”이라며 “따라서 이번 주말 협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탈레반이 외국인을 납치해 인질 협상을 벌인 경우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 만큼 이번 협상은 사태가 해결될지 아니면 장기화될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교수는 “탈레반 내 강경파들은 배 목사를 살해해 ‘이교도’인 기독교 목사를 처형했다는 명분을 쌓은 만큼 제2, 제3의 희생자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이번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여성을 인질로 잡고 있을 경우 관리가 힘들고, 나토군이 아프간 인근 지역에 대해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펴는 데 대해 탈레반측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 등은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나토군의 압박이 강해질 경우 돌발적으로 추가 처형이나 협상이 깨질 수 있어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정부가 대통령 특사를 현지에 파견할 정도로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일단은 정부의 협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