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주변국 ‘이슬람 강경파’ 勢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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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지속되는 자유(Enduring Freedom)’라 이름붙인 미국의 공격작전은 성과를 거두는 듯했다.

엽기에 가까운 여성탄압과 바미얀 불교유적 폭파 등을 저질러 ‘문명파괴자’로 악명을 떨친 탈레반 정권은 지도부가 모두 도망치면서 무너져내렸다. 그러나 전후 6년을 바라보는 지금, 아프간 전후 재건작업은 이라크와 함께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진한 ‘레짐 체인지(체제 변경)’ 정책의 양대 실패 사례로 지적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프간뿐만 아니라 주변 이슬람권 국가들의 상황도 일제히 미국이 원했던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파키스탄 세속정권 ‘풍전등화’ = 이달 들어 미국 언론들의 관심은 파키스탄에 집중됐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은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긴밀히 얽혀있기 때문에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무혈쿠데타로 집권한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막대한 원조를 대가로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지원했다. 그러나 아프간에서 넘어온 탈레반·알카에다 잔당과 파키스탄 내 이슬람 강경파가 결합하면서 파키스탄 정정마저 불안해졌다. 정통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탓에, 무샤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슬람 세력 모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이슬라마바드에서는 얼마전 모스크를 장악한 무장세력과 치안병력 간 최악의 유혈사태가 빚어졌으며 무샤라프 정권은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미국은 무샤라프 정권의 버팀목 노릇을 해주면서, 동시에 파키스탄 정부가 극단주의 세력을 단속하지 못한다며 볼멘소리를 내왔다. 미국은 파키스탄 세속 정권을 더이상 밀어줄 수도, 그렇다고 주권국가 파키스탄에 폭격을 퍼부을 수도 없는 처지다. 파키스탄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장악되면 아프간에 서구식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는 작업은 요원해진다.

◆이슬람 보수파의 ‘반동’ = 아프간 서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도 개혁·개방·민주화에서 오히려 멀어져 반미 이슬람주의 반동을 겪고 있다. 그 정점은 지난 2005년 이란에서 강경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반미·반서방 정서에 힘입어 집권한 것이었다. 아마디네자드 정권은 개혁파 정권 시절 자유화됐던 테헤란 분위기를 뒤집어 지식인들을 탄압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 그리고 핵 개발 정책을 추진, 미국과 정면 대립하며 서방에 두통을 안겼다.

아프간 북부 우즈베키스탄은 아프간전쟁 때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 전쟁 덕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이슬람권을 공격한 미국에 대한 반발과 독재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감 때문에 이슬람세력이 지방에서부터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5년 우즈베크 정부는 안디잔 지역에서 발생한 무슬림 주민 시위를 유혈진압, 오히려 이슬람 강경파들의 결속을 불렀다.

터키에서도 지난 22일 총선에서 이슬람주의를 내건 정의개발당이 재집권하는 등 이슬람 극우파가 득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많은 무슬림 인구가 살고 있는 인도에서는 지난해 7월 일어난 뭄바이 열차폭탄테러를 비롯해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공격이 크게 늘었다.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