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달리는 캠퍼스>동문들 해외 활약상에 ‘으쓱’

대학이나 학생들은 졸업생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고 역량을 펼칠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대학이나 학생들의 글로벌 경쟁력에 ‘글로벌 동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등 세계무대의 다양한 방면에서 학교를 대신해 모교의 위상을 떨치고 있는 ‘글로벌 동문’의 면면을 살펴보자.

◆ 기업계 글로벌 동문 = 서울대는 이건산업의 박영주(66) 회장을 글로벌 동문으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박 회장은 일찍이 원자재 시장 중심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한 글로벌 경제인. 지난 1970년대 말부터 미국·중국·칠레·솔로몬 군도·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에 이건산업 현지 법인과 지사를 설립해 원자재 수급을 장기적, 안정적으로 실현한 것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해외 현지인들을 위한 학교·교회를 설립하는 박 회장에게 솔로몬군도(1998년)와 칠레정부(2001년)는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훈장을 각각 수여했다. 서울대도 지난 2004년 박 회장을 ‘자랑스런 서울대인’반열에 올리는 것으로 화답했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이용찬(50) ‘LEE & DDB’ 사장은 ‘초코파이 정 시리즈’를 기획, 히트시킨 광고계의 1인자다. 지난 2000년 미국계 유명 광고대행사인 DDB 월드와이드와 1:1 합병을 이끌어 내 ‘LEE & DDB’를 출범해 경영인으로도 우뚝섰다. 현재까지 후배들을 위해 수시 열리는 특강을 마다하지 않는 이 사장은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영어는 물론 제2 외국어 등 언어능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내년쯤 아카데미 형식으로 ‘창의력 학교’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며 모교에서 특강도 더 자주 열 예정”이라고 모교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삼정-KPMG의 김윤종(스티브 김·58) 부회장은 서강대가 내세우는 ‘글로벌 동문’이다. 전자공학과 1회 출신인 그는 졸업 후 지난 1976년 미국에서 ‘파이버먹스사’를 창업, 광섬유 네트워킹 업계의 선도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지난 1993년에는 대기업에 컴퓨터 네트워킹 시스템을 제작하는 회사를 창업해 5년만에 전 세계 60여곳의 판매지사망을 구축한 거대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김 부회장은 사회복지법인 ‘꿈·희망·미래 재단’을 설립해 모교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북한·중국 아동들을 위한 복지사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예술계·학계 글로벌 동문 = 건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세계무대에서 한국서예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는 소헌 정도준(59)씨는 건국대의 자랑이다. 정씨는 지난 1982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작품 ‘조춘(早春)’으로 대상을 받고 특전으로 주어진 해외여행을 가게 된 것이 ‘글로벌 무대’ 진출의 계기라고 얘기했다. 그는 “교과서에서만 보던 미술품을 해외 현장에서 접하고보니 서예도 세계적 예술이 되도록 하자는 게 화두가 됐다”며 “모교인 건국대의 큰 호수인 ‘일감호’에서 젊은 시절의 감수성을 키웠다”고 귀띔했다. 정씨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전(1999년)을 시작으로 독일 KIST 유럽 초대전(2000년), 프랑스 파리 미로갤러리 초대전(2001년), 프랑스 레임 초대전(2002년) 등 지금까지 25차례 이상의 해외전을 열었으며, 최근엔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 박물관에서 전시를 3번이나 연장시키며 흥행몰이를 했다.

건국대 정재용 홍보실장은 “정씨의 글들은 경복궁 흥례문 현판뿐 아니라 교내 법학전문도서관 현판 등 곳곳에 있다”며 “모교발전기금 1억원을 쾌척하는 등 서예전 수익금을 후배들을 위해 사용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성신여대는 지난 14일 프랑스 르아브르대 한국어학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최은숙 교수를 초청, ‘한·불문화비교’ 특강을 개최했다. 최 교수는 지난 1978년 성신여대 불어교육학과 졸업생. 지난 1979년 프랑스 유학을 떠나 프랑스 그르노블 스탕달대에서 석·박사를 마친 최 교수는 강의에 앞서 “포부를 크게 갖고 세계적 시각을 갖추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