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슈툰족의 납치는 ‘전통 범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가 21일로 34일째를 맞은 가운데, 탈레반과 탈레반의 주류를 이루는 파슈툰족 사회의 인질 납치 관행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극진한 손님 접대 문화로 유명한 파슈툰족 사회에서 ‘인질 산업’이 성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슬람 근본주의에 입각, 이슬람사회 건설을 기치로 내건 탈레반은 왜 반(反)이슬람적인 인질 납치를 자행하는 것일까. 문화일보 통신원 임티아즈 알리가 21일 이번 인질 사태 배경을 분석한 기사를 보내왔다.

납치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살고 있는 파슈툰족 사회의 오랜 범죄 행위 중 하나다. 파슈툰족의 생계를 위한 직업이 됐고, 국경지역은 납치의 온상이 됐다. 납치 피해자들은 부자나, 정부 고위관리가 대부분이고, 가끔 부모로부터 몸값을 받기 위해 어린이를 납치하는 경우도 있다.

파키스탄 페샤와르 대학의 파슈툰족 전문가 셰르자만 타이자이 교수는 20일 “납치는 파슈툰족에게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다른 전통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자이 교수에 따르면 ‘인질 산업’이 번창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최대 원인은 경제적 상황 때문이다. 페샤와르대학의 파잘리 라힘 교수도 “파슈툰 사회에 상당수 폭력조직이 형성돼 있고, 이들이 몸값을 노리고 인질 납치에 깊숙이개입한다”면서 “정부의 미약한 통제력 속에서 다른 지역 인사를 납치해 몸값을 받는 것은 이익이 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라힘 교수는 ‘무하지르(난민)에서 무자헤드(이슬람 전사)까지’ ‘파키스탄의 탈레반화’라는 저서로 유명한 탈레반 전문가다.

특히 파키스탄 크베르의 바라, 말라칸드의 스카코트 등은 납치가 빈번한 곳으로 악명높다. 대부분 납치사건은 정부가 아니라, 가족들이 몸값을 지불하는 것으로 해결된다. 때문에 요즘은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부자들이 자택에까지 사설 경비원을 고용하는 것이 필수화되고 있다.

이슬람 학자들은 납치행위는 이슬람의 가르침과 어긋난다며 비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슬람 사회 건설을 원하는 탈레반은 왜 납치 전략을 도입한 것일까. 타이자이 교수는 이에 대해 “탈레반이 미국과 아프간 정부에 대항하는 전쟁에서 납치 전략을 차용한 것은 최근으로, 아프간전 초기에는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초기에 아프간 현지인 납치가 언론의 관심을 못 끌자, 외국인을 납치했고 이게 탈레반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면서 “이제 외국인 납치는 외국군 철수를 압박할 뿐 아니라, 아프간 정부를 곤란하게 한다는 점에서 탈레반 최상의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탈레반이 2가지 전략을 도입했는데, 하나는 자살폭탄테러이고, 또다른 하나가 납치”라면서 “탈레반에게 납치는 비용에 비해 효율이 높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정리 =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