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씨 ‘입맞추기’땐 수사 난항

학력 위조 등 혐의로 체포됐던 신정아(여·35)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18일 오후 전격 기각돼 신씨가 풀려나자 강력 반발했던 검찰은 변 전 실장을 19일 재소환하는 등 수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신씨를 구속시킨 상태에서 변 전 실장의 영향력 등을 집중 추궁하려 했던 검찰의 수사 계획은 어쩔 수 없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변 전 실장을 예정대로 소환해 신씨 석방과 관계없이 변 전 실장이 임시 거처로 머물던 ‘서머셋 팰리스 서울 레지던스 호텔’ 숙박비 대납 의혹과 사찰 지원 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일단 석방된 신씨와는 별도로 변 전 실장의 개인비리 등 의혹에 대해 조사를 우선 벌이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변 전 실장이 소환해 지금까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와 참고인들의 진술 등을 종합, 지난 16일 변 전 실장을 불러 1차로 조사한 내용과 상이한 부분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신씨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변 전 실장을 재소환하겠다고 검찰이 수차례 밝혔던 만큼 변 전 실장을 재소환하기 위해서는 신씨에 대한 조사가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신씨가 지난 18일 전격 석방되면서 신씨가 미국으로 출국하는 데 변 전 실장이 도움을 줬는지, 기업의 신씨 후원에 변 전 실장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등 신씨와 변 전 실장을 중심으로 확산된 의혹에 대한 검찰의 진실 규명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당초 신씨 구속이 결정되면 성곡미술관 자금 횡령 의혹이나 대기업이 성곡미술관을 후원토록 변 전 실장이 개입했는지 등을 신씨와 변 전실장의 진술을 받아 비교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지만 이 같은 검찰의 계획은 신씨 석방으로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게다가 불구속 상태인 신씨가 변 전 실장 측과 말맞추기에 나설 경우 변 전 실장과 신씨의 부적절한 관계를 기본 축으로 파생된 온갖 의혹에 대한 검찰의 진실 규명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검찰이 지난 17일 대검 중수부 검사 3명과 수사관 5명 등을 수사팀에 합류시킨 데 이어 18일 서울 중앙지검 검사 1명을 추가로 보강, 검사 13명, 수사관 27명으로 대규모 수사팀을 꾸려 신씨 수사에 속도를 내려 했지만 신씨 석방이라는 뜻하지 않은 장벽을 만나 어쩔 수 없이 수사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석범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