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ild Up Korea >쌍용건설, 해외 고급건축물 시장 휩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쌍용건설의 싱가포르 오션프런트 공사현장의 근로자들이 지난 5일 도면을 보면서 공정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조감도. 싱가포르 = 음성원기자

“누구도 래플즈시티 공사에서 한국인이 해낸 것처럼 똑같이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한국인은 강인했고, 우리들은 그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리콴유(李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는 지난 1985년 독립 26주년 기념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 전 총리가 언급한 래플즈시티(Raffles City)는 당시 쌍용건설이 시공한 복합건물공사다.

이곳은 세계 최고층 호텔로 명성을 날리고 2005년에는 IOC 총회 개최지로 유명해 졌다. 쌍용건설은 이 공사의 성공을 바탕으로 싱가포르의 국가적 관심이 쏠리는 각종 공사를 도맡으면서 해외 고급 건축물 시장의 문을 열었다.

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해외 사업을 접어야만 했던 쌍용이 지난해부터 다시 한 번 ‘용틀임’을 준비하고 있다. 과거 래플즈시티가 최고급 호텔로 명성을 얻었다면 이제는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고의 고급 주거 아파트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쌍용은 지난해 ‘세계 최고의 7성급 아파트’로 불리는 ‘오션프런트(Ocean Front)’ 아파트 공사를 수주하면서 고급 주택 건설의 강자로 우뚝 섰다. 특히 오션프런트가 위치한 센토사(Sentosa) 섬과 함께 싱가포르 관광의 양대축으로 개발 중인 마리나 베이 매립지에 입주하게 되는 ‘마리나 베이 샌즈 복합호텔’을 최근 6억8600만 달러(약 6300억원)에 단독 수주하면서 쌍용은 최고급 주거시설 건설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9월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의 대표적 관광지 센토사 섬. 동남쪽 해안가의 오션프런트 건설현장에 다다르자 육중한 크레인 3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쌍용’ 로고가 선명히 박힌 안전모를 쓴 중국과 방글라데시 출신 인부 200여명도 보였다. 현재까지의 공정률은 15% 정도지만 벌써부터 독특한 건물구조가 눈에 띄었다.

싱가포르 정부가 해안 고급 주거단지로 중점 개발 중인 이곳에서 쌍용건설의 오션프런트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세계적인 항만 물류기지인 싱가포르 항구가 바로 옆에 위치해 해외에서 배를 타고 싱가포르로 들어오면 이 건물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2009년 3월 오션프런트가 완공되면 요트를 세로로 세워놓은 듯한 독특한 모습 때문에 싱가포르 관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건물 모양이 독특한 만큼 공사도 쉽지 않다. 배의 유선형을 본딴 건물의 모양 때문에 매층마다 한쪽 벽면을 바깥쪽으로 20㎝씩 튀어나오도록 짓다가 다시 중간층부터는 반대로 20㎝씩 들어가도록 짓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모든 방이 사각형이 아닌 부채꼴 형태로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매층마다 외관이 조금씩 달라지다 보니 대량생산의 개념은 버린지 오래다. 장인이 수공예품을 빚듯이 정밀한 계측을 통해 매층을 새롭게 설계·시공해야만 한다. 이날 또한 형틀을 해체하고 새로 만드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상 11~15층 5개동에 264 가구가 들어서게 되는 이 아파트는 난방시설 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평당 공사비가 국내의 두 배 이상인 600만원에 달할 정도의 호화 아파트다. 또 개인 수영장과 선큰가든, 바비큐 파티장 등을 갖춘 760㎡(230평) 규모의 펜트하우스는 43억원에 분양됐지만 프리미엄이 10억원 이상 붙었다.

옥상에 수영장을 설치하고 각종 더위를 낮추는 친환경 기술이 적용되면서 싱가포르 건설청(BCA)으로부터 친환경 최고 등급인 ‘그린마크 어워드 플래티넘’을 받기도 했다. 플래티넘 등급의 그린마크 어워드는 아파트 건축으로는 수상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일컬어지는 상이다. 현장 소장을 맡고 있는 안국진(50) 상무는 “오션프런트 아파트의 성공적인 건설을 통해 해외 고급 건축물 시장을 쌍용이 잡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은 그동안 아셈(ASEM)회의 개최 장소로 유명한 싱가포르 최대 규모의 건축 프로젝트인 선텍시티, 리콴유 전 총리가 집무실로 선택한 52층 규모의 캐피탈 타워 등 싱가포르에서만 30여개 프로젝트를 맡았고, 90년대 말 중동 두바이에 진출해 ‘에미리트 타워 호텔’ ‘두바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등을 시공했다. 이 건축물은 두바이의 3대 호텔 명소로 꼽히고 있다.

싱가포르 = 음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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