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李 vs 昌 vs 범여권’ 3각 대결구도>범여 ‘反부패 연대論’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후폭풍의 영향권을 벗어나기 위해 ‘위기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6일 “이 전 총재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지지율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날렸지만 범여 후보들에게는 공멸의 공포감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등장 이후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이인제(민주당)·문국현(창조한국당) 후보뿐 아니라 권영길 민노당 후보까지 지지율이 하락했고, 여론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불거진 삼성비자금 문제가 범여권 후보들의 ‘위기탈출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은 ‘반부패와 개헌’을 통해 연대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이 이 전 총재와 이명박 후보를 경쟁적으로 공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정 후보가 제안한 ‘반부패 미래사회 연석회의’에 대해 이 후보는 이날 “지난 불법 대선자금 120억원을 갚겠다고 국민과 약속해 놓고 갚지 않은 사람이 무슨 반부패 연대냐”며 “민노당까지 합쳐 반(反) 한나라당 연대를 만들어서 좌장노릇 해보겠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권영길 민노당 후보도 “정 후보는 반부패 자격이 없다”고 했다.

개헌과 관련, 후보들은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비슷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생각이 제각각이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제 정파 간 연정이나 연대를 통해 이뤄지기 위해서는 권력구조에 대해 이해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여권 주자들의 고민을 풀어줄 단초로 삼성비자금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삼성 비자금 및 검찰, 국세청 등 이른바 ‘떡값 비리’ 의혹에 대한 특검법 발의를 촉구한다”며 정 후보와 권 후보에게 반부패 연대 및 반부패세력 집권저지를 위한 3자 회동을 제안했다.

정 후보측 민병두 전략기획위원장은 “삼성 비자금은 반부패 연석회의 첫 케이스가 될 수 있다”며 “정 후보는 이미 특검법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화답했다. 김효석 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로비 대상에 검찰이 들어 있으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뒷받침했다. 권 후보는 제일 먼저 특검제 발의를 제의했다. 다만 이 후보는 삼성비자금 문제를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와 삼성 간의 진위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판단하자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신당의 한 당직자는 “삼성비자금 문제는 민노당까지 끌어들여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할 수 있는 호재”라며 “이럴 경우 대선 구도가 ‘부패 대 반부패’구도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범여권의 주도권을 놓고 정파 간 경쟁이 치열한 데다 서로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아 이 문제가 여권 연대의 고리로 작용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자칫 대선정국에 특검문제를 끌어들여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병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