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5>鄭-文 ‘단일화 시점·주도권’ 놓고 氣싸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4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 후보에게 후보단일화를 공식제안하면서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 중 하나인 ‘범여권 후보단일화’가 물꼬가 마침내 트였다. 하지만 두 후보가 자신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협상 시한, 다른 범여권 후보와의 관계, 민주개혁세력의 주도권 경쟁 등에 대한 입장이 달라 협상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후보단일화 시점은 대선(19일) 3일전인 16일로 밝혔다. 이에 대해 정 후보측의 민병두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이 단일화 사실을 알고, 그 의미를 파악하려면 최소 1주일, 10일이 필요하다”며 “이런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오는 8일에는 단일화가 마무리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16일을 얘기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으로, 문 후보로 단일화돼도 정치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데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후보측의 김헌태 정무특보는 “토론을 통해 결국 국민들에게 두 후보를 비교할 기회를 주면서 정 후보를 사퇴시키기 위해 싸우려 나가는 것”이라며 ‘시간싸움’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했다. 김갑수 대변인도 “두 사람의 정책적 차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했다. 정 후보에 비해 인지도와 지지율이 낮은 문 후보가 충분한 시간을 통해 이를 만회한 뒤에야 단일화 진검승부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입장차 때문인지 정 후보측은 문 후보측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정 후보측의 한 인사는 “문 후보측이 단일화 시점을 늦추는 것은 대선 승리보다는 단일화 과정을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삼자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정 후보측은 가급적 단일화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양측은 존경받는 시민사회 원로들로 구성된 ‘후보단일화 회의’에서 TV토론을 포함해 인터넷, 라디오 등 3~4회 양자토론을 열고, 시민배심원단이나, 모바일·일반여론조사 등으로 단일 후보를 뽑자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다만, TV토론의 경우 후보단일화를 위한 토론이 후보등록 후 이뤄진 적이 없어 중앙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놓았다.

단일후보 대선 승리시 정부 구성과 관련, 문 후보 측은 “연합정부 구성은 토론대상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정 후보 측은 “가치를 통한 공동정부구성을 요청했다”고 다른 입장을 보였다. 또 이인제 민주당 후보와의 연대에 대해서도 정 후보측은 “같이 갈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문 후보측은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후보는 모두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다.

유병권·김성훈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