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해 기름띠 확산 비상>엎친데 덮친 삼성중공업

삼성그룹 계열사중 올해 괄목할 실적을 거둔 대표적 회사로 평가되는 삼성중공업이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사고로 인해 초비상이 걸렸다. 회사내부에서는 “그룹이 비자금 수사를 받는 와중에,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그룹이 특검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10일 “회사가 전혀 예기치 못했던 사고로 벌집 쑤셔 놓은 형국”이라며 “곤혹스럽고 안타깝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과 전 임직원은 8일 사고발생 직후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사와 충남 태안 피해 현장으로 분산 파견돼 상황파악과 피해 복구 지원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수주잔액 기준 세계 2위 조선업체인 삼성중공업은 올해 1~11월에 184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고의 선박 수주량을 달성, 그야말로‘대풍’을 이뤘다. 연간 200억달러가 유력시되는 상황. 매출액과 영업이익 역시 사상 최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연간 매출 8조6000억원, 세전이익 7000억원을 예상했다. 올해 조선 수주의 본격 과실을 향유할 것이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조선업 호황에 맞춰 앞으로 수익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예정이어서 이건희 회장도 계열사중 삼성중공업에 보내는 관심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춰 삼성중공업은 고기술이 요구되는 복합선박과 북극지방 등에 적합한 신개념 선박들을 개발하는 등 시장개척에 적극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크루즈선을 미래 전략선종으로 선택하고, 2010년을 전후해 건조에 착수하기 위한 준비에도 들어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초일류 선박회사를 지향하며 쾌속항해를 하던 중 해양오염사고에 연루됨에 따라 회사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야 할 처지가 됐다. 회사 관계자는 “예인선과 부선이 모두 보험에 가입돼 있어 이번 피해 배상과 실적과는 전혀 무관하다”면서 “피해복구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