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昌, 패배 인정… ‘재기’ 모색

주요 대선 후보들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나 정치 일선 퇴진을 언급하지 않은 채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패자의 변은 짧았으나, 그 여운은 길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19일 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지자,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제가 부족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대선 결과에 승복하는 짧은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정 후보는 그러나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항상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20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뒤, 21일 광주로 내려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밖의 대패를 한 정 후보는 ‘백의종군’이 불가피하지만, 대선 이후 전개될 정국 상황을 보며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19일 저녁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 캠프에서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 발표를 시청한 뒤 “여러분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저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며 “이회창, 이제 한알의 씨앗이 되고자 한다. 한알의 씨앗이 떨어져 죽지 않으면 그대로지만, 죽으면 꽃을 피우고 무성한 열매를 맺는 날이 언젠가는 꼭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3위에 그쳤지만, 15.07%의 득표율로 마지노선(15%)을 넘어선 만큼 내년 4월 총선을 대비한 신당 창당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4위를 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도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정치·경제를 하면서 새 시대를 열겠다는 저를 지지해준 100만명이 훨씬 넘는 유권자 여러분의 꿈과 열정을 실현하도록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미래’를 강조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이날 서울 문래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어려운 조건 속에서 보내주신 지지를 밑거름으로 다시 비상하겠다”고 했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국민과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민주당은 앞으로 위대한 역사 창조를 위해 전진해 나가야 하며, 저는 민주당 재건을 위해 백의종군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이 후보는 저조한 득표율에 따른 책임론과 당내 혼란이 불거지고 있어 향후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병권·윤석만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