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 이명박>고학소년 → 현대건설 CEO → 선출직 ‘트리플 크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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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삶의 엔진은 가난이었고, 나침반은 어머니였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생을 압축한 표현이다. 이 문장의 키워드인 ‘가난’과 ‘어머니’가 최초의 기업 최고경영자(CEO)출신 대통령에다, 국회의원·자치단체장을 거쳐 대한민국 최고의 권좌에 오른 ‘선출직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기까지 그의 삶을 이끌어온 힘의 원천이다. 지독히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집안 출신의 포항 촌뜨기가 ‘샐러리맨의 신화’에 이어 ‘대권의 신화’를 쓴 사연은 굴곡과 파란, 도전과 성취로 이뤄진 한국인의 대표적 성공 드라마가 됐다.

◆‘가난’으로 점철된 유년시절 = 1941년 12월19일 가난한 목장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이 당선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부모님을 도와 생활전선에 나섰으며, 김밥과 풀빵, 뻥튀기, 과일, 생선, 옷감 등을 팔며 고학으로 포항 동지상고 야간부를 졸업했다. ‘대학 시험에 일단 합격만 하면 돈이 없어 등록을 못해도 대학중퇴로 기록은 될 것’이라는 엉뚱한 생각에 대입을 준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상과대학 학생회장 시절 ‘한·일국교 정상화’를 반대하는 6·3 시위를 주도했다가 6개월간 복역하기도 했다. 운동권 학생이라는 이유로 취직할 수 없었던 이 당선자는 청와대에 직접 편지를 보내 담판을 지은 끝에 당시 중소기업이었던 현대건설에 입사한다. 입사 초년병 시절, 태국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켰으나 회사 금고를 끌어안고 ‘사수’해냈던 이 당선자는 이후 꼼꼼한 일처리와 특유의 돌파력으로 건설 현장의 각종 난제들을 정면 돌파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입사 5년 만에 이사, 12년 만에 현대건설의 CEO 자리에 오르며 ‘샐러리맨의 신화’가 됐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말레이시아 페낭대교 연륙교, 이라크 화력발전소 건설 등을 추진하며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했고,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도와 현대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다.

◆굴곡 많았던 정치 초년병 = 이 당선자는 1992년 27년간의 현대그룹 생활을 마치고 14대 총선에서 민자당 전국구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다. 단박에 정계 유망주로 부상한 이 당선자였지만 이후의 정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1995년 서울시장 경선에서 낙마했고, 이듬해 총선에서는 ‘정치 1번지’종로구에 출마해 이종찬씨를 누르고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다. 1998년 서울시장 경선에 또 다시 도전했으나 선거법 재판이 끝나지 않아 의원직을 사퇴하고 미국으로 방랑길을 떠난다. 이 당선자는 귀국 후 절치부심한 끝에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민선 3기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서울시장 선거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청계천 복원 사업’은 이후 이 당선자가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우뚝 설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이 당선자는 ‘대중교통 체계개편’‘뚝섬 38만평 서울숲 조성’, ‘지하철 건설부채 절반 감축’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청와대 주인으로 = 서울시장 퇴임 후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선 이 당선자는 지난해 10월 북핵 실험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기 시작, 이후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여론조사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는 저력을 발휘하게 된다. 특히 이 당선자가 대선 제 1공약으로 내세웠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놓고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찬반 양론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특정 후보의 대선 공약을 두고 전문가들이 격론을 펼쳤다는 것은 그만큼 이 당선자에게는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의미였다. 또한 ‘2007년 대선의 화두는 정권교체’라는 대전제와, ‘정권을 교체해 반드시 경제를 살리겠다’는 방법론을 계속해서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것도 이 후보의 지지율 고공 행진을 지속시킨 요인이 됐다. 당내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BBK사건’ 연루의혹은 이 당선자의 발목을 잡는 듯 했지만 지난 8월19일 근소한 차이로 박근혜 전 대표를 누르고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됐다. 이후 김경준 전 BBK대표의 귀국과 검찰 수사발표, ‘BBK 특검법’통과, ‘BBK동영상’파문까지 위기 상황이 이어졌으나 그의 대세를 꺾지는 못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