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이명박효과’로 경제심리 되살릴까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주요 그룹 총수들과 처음으로 회동한 것은 지난 2003년 6월1일이었다. 취임 후 꼭 99일 만이었다. 서울시내의 한 허름한 삼계탕집에서 노 대통령과 주요그룹 총수들이 노타이 차림으로 인삼주를 건배하는 모습의 사진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과거 국제그룹이 전두환 대통령의 부름에 지각한 양정모 회장 때문에 공중분해됐다는 ‘전설(?)’에 익숙해 있던 당시 세인들의 눈에는 “대통령이 이제 경제챙기기에 나서는가 보다”는 일종의 사인으로 비쳐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그룹 총수 회동 이후에도 기업환경과 투자환경을 둘러싼 재계의 불만이 누그러지지 않고, 투자위축에 따른 저성장세가 지속됐던 점을 감안하면 당시 회동은 일종의 일회성 ‘이벤트’로 끝났던 셈이다.

그로부터 4년 반이 지난 2007년 12월28일.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당선자가 주요 그룹 총수들과 오찬회동을 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지 꼭 9일 만이다. 일각에선 이날 재계 회동을 놓고 “경제에 대한 관심을 과시하기 위한 관행적 만남 아니냐”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경제계 안팎의 기대치는 예전과 사뭇 다른 듯하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모그룹 임원에게 이 당선자에게 가장 바라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지난 2002년 월드컵 때처럼 ‘신바람 나는’ 분위기가 그립다”고 말한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경제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심리부터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흔히 하는 말로 ‘경제는 심리’다. 경제 하고 싶은 마음, 기업 하고 싶은 마음, 투자 하고 싶은 마음, 이것이 바로 경제심리다.

그러나 지난 5년간 가진 자를 죄인시하는 지독한 반시장적·반기업적 분위기는 ‘투자파업’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이 경제심리를 너무 짓눌러왔다. 위축된 경제심리와 짓눌려온 투자심리를 북돋우고, 경제인의 기를 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일이 중요하다.

이 당선자가 그동안 번지르르한 말로 과시해온 규제완화와 경제살리기 공약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겨 ‘이명박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경제계가 주시하고 있다.

김병직 경제산업부 기자 bj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