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인수위 ‘고위직 임명’ 신경전

현 정부 임기말 고위 공직자에 대한 임명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이에 미묘한 갈등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인수위는 임기말 고위공직자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권 행사는 인수위와 협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도 인수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정부 고위직이나 공기업 간부 인사를 인수위와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27일 인사추천회의를 열어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캠코) 후임 사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간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양상이다.

김형오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은 28일 인수위회의 모두 발언에서 “어제 인수위 간사회의에서 (청와대측에) 임기직 공무원들의 인사 자제 요청을 정중히 부탁한 바 있다”며 “여기에 대해 청와대에서도 인사위의 요청을 원칙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대통령 임기말에 임기직을 포함한 고위공직에 대한 인사를 자제하는 것은 순리”라며 “불가피하게 꼭 인사할 필요가 있다면 청와대가 언급한 것처럼 인수위와 협의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인사위측 요청을 수용한 청와대 입장을 환영한다’고 강조한 것은 청와대에게 ‘인사위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한만큼 이를 반드시 지켜달라’는 압박을 넣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위원장은 회의 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어제 있었던 청와대 인사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켜 보자”라고 즉답을 피했다. 김 부위원장은 그러나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청와대의 인사내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와관련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어제 인수위에서 논의된 임기제 공무원 인사관련 현 정부에 협의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경숙 인수위원장 명의로 작성된 이 공문은 청와대 비서실장과 인사수석 앞으로 발송됐다고 이 대변인은 밝혔다. 김 부위원장이 27일 오전 회의에서 이미 임기말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협조 방침을 밝혔는데도 청와대가 오후들어 예보 사장을 내정한 것에 대해 이 대변인은 “한마디로 ‘정부’라고 하지만 중앙에서 밑까지 방침이 전달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결정적인 자리에 관한 인사라면 모르겠지만 별도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예보 후임사장 내정 건은 ‘시간상 불가피했고 그다지 중요한 자리가 아니었다’는 점을 인정해 일단 넘어가겠다는 의미다.

거꾸로 해석하면 곧 인사권 행사가 필요한 경찰청장과 국가청렴위원회 상임위원 등 주요 보직에 대해서 청와대가 ‘성의’를 표하지 않을 경우 인수위측과의 갈등이 분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