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은행 간접소유’ 허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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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 핵심공약인 금융·산업분리 완화를 위한 한 방법으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서 사모펀드(PEF)의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요건을 완화해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검토 내용의 핵심 골자다. 인수위는 이 방안을 포함한 다양한 내용을 검토한 뒤 오는 18일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최종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3일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2월25일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는 공약으로 내건 금산분리 완화를 위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개정해 ‘대기업집단에 속한 각 기업들의 지분 총합이 30%를 넘으면 비금융주력자로 분류한다’는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요건을 개정해 대기업 컨소시엄과 국민연금의 자산을 바탕으로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투자은행(IB)부문, 대우증권 등의 민영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는 은행법에서 대기업 등의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최대 4%까지만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른바 ‘4%룰’ 완화가 여론의 반대 등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이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들이 PEF에 참여할 때 각 기업의 지분 총합이 전체 PEF 출자총액의 30%가 넘으면 비금융주력자로 분류되고, 이에 따라 이 PEF는 은행법에 의해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밖에 소유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 규정을 완화하면 삼성생명 등과 같은 대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이 다른 기업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PEF를 통해 간접적으로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을 재무적투자자로 참여시킨다면 우리은행이나 산업은행 IB부문, 대우증권 등을 조기 민영화하기 위한 충분한 ‘실탄’이 확보된다는 것이 이 당선인측의 판단이다.

이 당선인측은 산업은행의 IB부문을 대우증권과 함께 조기에 매각하고 이를 우리은행과 합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로드맵으로 삼고있다. 즉 ‘대기업의 자금+연기금’을 이용해 ‘산업은행 IB부문 + 대우증권 + 우리은행’이라는 초대형 투자은행이 만들어진다면 골드만 삭스와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따르면 당초 이 당선인측은 공약집에서 “금산분리를 완화하고, PEF 체제를 개선해 보험사와 대기업의 참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당선인 측 관계자는 “금산분리는 시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완화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이를 포함한 금융개혁 방안을 유류세 및 통신비 인하 방침에 이은 2순위로 두고 오는 4월 총선 때 공약으로 내세워 내년 상반기 중 시행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음성원기자 eumryos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