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눈으로 고른 책>아이들도 ‘자유’를 원해요

◆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로렌 차일드 그림 / 시공주니어

“이제 삐삐가 얼마나 아는지 좀 알아볼까? 7 더하기 5는 몇이지?”
“글쎄요, 선생님도 모르는 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7 더하기 5는 12란다.”
“그것 봐요! 잘 알고 계시면서 왜 물어보셨어요?”
“그럼 삐삐 8 더하기 4는 몇이니?”
“한 67쯤”
“아니야 8 더하기 4는 12란다.”
“선생님 정말 너무해요. 아까는 7 더하기 5가 12라고 하셨잖아요. 아무리 학교라지만 그건 정말 말도 안돼요. 저는 학교 안 다닐래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에 나오는 이 구절은 언제 읽어도 통쾌하다. 하지만 1945년 삐삐가 처음 나왔을 때, 어른들은 이 통쾌함이 무서웠나보다. 부모 없이 혼자 살면서, 어른들을 골려 먹고, 학교는 안 가고, 버릇없는 데다 거짓말까지 술술 하는 삐삐가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른들이 뭐라든 아이들은 삐삐에 열광했다.

자유로움, 솔직함, 넘쳐나는 에너지에 아이들은 말 그대로 홀딱 빠졌다. 그 뒤로 삐삐의 인기는 계속 치솟았고,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자유를 상징하는 멋진 어린이 캐릭터로 남아 있다. 이번에 나온 ‘삐삐’는 시간 속에서 여전히 빛나는 삐삐의 힘에 한 가지 매력을 더했다. 그림책 ‘나는 토마토 절대 안 먹어’ 등을 통해 천방지축에 개성이 넘치는, 딱 현대판 삐삐 같은 어린이 모습을 그려온 그림책 작가 로렌 차일드의 삽화 때문이다. 햇살과 나뭇꾼 옮김.

◆ 숙제 주식회사 - 후루타 다루히 지음, 윤정주 그림 / 우리교육

또 다른 한 권 ‘숙제 주식회사’도 자유로운 아이들의 에너지를 그렸다. 열심히 공부한 사람은 쥐꼬리만 한 월급만 받는데, 공부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담을 쌓은 친구 오빠는 프로야구 선수가 돼 고액의 연봉을 받자, 발칙한 5학년 아이들은 의문을 품는다. “공부는 해서 뭘해?” 그래서 아이들이 만든 것이 숙제 주식회사. 숙제를 대신해주면서, 돈까지 벌자는 것.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은 나름의 고민을 거쳐 ‘시험 숙제 없애기 조합’ 결성에 이른다. 1967년 일본 아동문학자협회상 수상작. 김정화 옮김. 학원을 순례하며 일상에 주눅이 든, 마음이 늙어버린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두 권의 신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