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황금시간대 ‘애니’방영 왜 안되나, 어려움은 있겠지만 발상의 전환 필요”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게 아닌 100년 수명의 문화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실에서 만난 고석만(60) 원장은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미키마우스는 80세를 넘겼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20세를 넘기고 관람객수도 1억명을 넘어섰다”며 “앞으로 100년 수명의 한국판 문화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수사반장’, ‘간난이’ 등의 연출을 맡은 MBC 스타 프로듀서 출신인 그는 “이를 위해선 창작 활동이 존중받는 구조가 확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창작 활동이 존중받는 구조란 좋은 창작물을 선별해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뜻.

고 원장은 “영국의 경우 작가 교육기관인 ‘스토리 허브’가 3만개나 있었기에 해리포터 같은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나올 수 있었다”며 “작가 혹은 개별 기업의 창의성과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결합돼야 비로소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그리고 굴곡 많은 현대사 등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문화자산을 잘만 활용하면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전략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 원장은 “한류가 아시아 지역에서 대유행이라지만 관광객을 유치해 푼돈을 번 것 말고는 본원적인 비즈니스로 돈번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기회를 만드는 전략적 사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의 소극적인 자세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공중파 TV의 오후 8시30분부터 9시까지 황금시간대에 드라마 대신 가족용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면 왜 안되느냐”며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겠지만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다보면 지금까지 없었던 기회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