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盧정권 ‘실패에서 배운다’-5·끝>‘그놈의 헌법’에 법치주의 흔들

노무현 정부는 출범 당시 ‘법치주의 확립을 통한 권위주의 타파’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결국 떼 쓰면 통하는 ‘떼법’이 만연한 정권으로 한계를 드러냈다. 헌법 준수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그놈의 헌법’이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은데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고도 무시하는 등 ‘법 중시’ 풍조와는 거리가 먼 ‘법 무시’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놈의 헌법’ 발언으로 법질서 훼손 = 노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의 법률가 출신 대통령으로 법치주의 확립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한다는 대통령의 취임 선서가 무색하게 ‘그놈의 헌법’이란 발언에 이어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를 규정한 선거법 규정에 대해 선관위의 중립의무 준수 요청을 무시하고 헌법 소원을 제기하는 등 ‘헌법 준수 의무’보다 헌법에 정면 도전하는 행태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국회 동의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낸 권한쟁의 심판의 상대방이 되는 등 재임기간 내내 헌법에 규정된 심판 당사자가 되면서 ‘헌법재판소의 위상을 한단계 높였다’는 비아냥 섞인 지적을 받기도 했다.

◆‘코드’가 불러온 소용돌이 = 노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줄곧 ‘기득권층 개혁’을 겨냥한 이른바 ‘4대 개혁입법’ 추진을 강조했고 이 방침은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왔다.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은 이념 대결을 격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 논란은 ‘법 만능주의’가 불러온 대표적 독선 정책으로 꼽힌다.

이같은 일련의 혼란의 중심에는 이른바 ‘코드 인사’로 표현되는 파격인사가 한몫을 차지한다는 지적이 있다. 코드나 뜻에 맞는 사람들의 의견만을 받아들여 일을 처리하다 보니 다양한 의견수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정치적인 양극화가 생겼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취임 직후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검사와의 대화’를 열었지만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등 사법기관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으로 국가기강의 중요한 축인 검찰을 흔드는 모습도 보였다.

◆ 불법시위 만연, 준법의식 약화 불러 = 노 정부는 불법시위에 대처하는 방법도 남달랐다. 정부는 불법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합회 등 일부 단체가 전국 곳곳에서 FTA 저지, 비정규직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불법 집회를 열고 경찰의 집회금지 통보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단체는 시위를 강행, 공권력과 충돌하는 등 전국이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해 ‘법 대신 떼쓰면 통한다’는 ‘떼법’이란 신조어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가 불법시위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국가의 기초가 되는 준법의식이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국가 안정성이 위협받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혼란을 부추겼다.

김백기기자 bki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