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盧정권 ‘실패에서 배운다’>경제교과서도 ‘진보단체 눈치보기’

보수와 진보간 극한 대결을 가져왔던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학교 현장에서도 보수·진보 교원단체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른바 ‘교육 주도권’다툼이었다. ‘차세대 고교 경제교과서 모형’을 두고 재계와 노동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반(反) 전교조 단체들간 벌어졌던 찬반논란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기존 경제 교과서가 지나치게 어렵고 자본주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담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06년 ‘경제교육 내실화를 위한 공동협약’을 체결, 1년 만에 참고자료로 쓰일 새 모형교과서를 만들었다.

새 경제교과서 모형은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개인의 이기심’, ‘62년 이후 초고속 성장과 생활수준의 향상’,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친화적 정치체제’ 등의 서술을 통해 시장경제체제를 설명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계 등은 시장경제를 부인하고 반기업정서를 조장하는 기존교과서 내용 등을 개선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경제교과서 모형 발표 직후 전교조와 노동계가 “일방적으로 재계 입장만 담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제의 3주체가 ‘정부·기업·가계’임에도 정부와 가계의 역할을 축소·부정하면서 기업의 역할만 강조했다는 것이었다.

사태가 커지자 교육부는 눈치를 보다 ‘전경련·교육부’이던 공동 저자명을 ‘한국경제교육학회’로 바꾸는 무책임한 행보를 보였다.

결국 지난해 3월 신학기에 맞춰 일선 학교에 배포될 예정이던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형’은 재검토를 이유로 배포가 중단됐다.

이후 교육부는 경제교과서 모형에 ▲정부의 시장개입을 옹호한 내용(싱가포르 주택정책)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유엔 자료 ▲분배의 중요성을 부각한 스웨덴 사례 등 전교조·민주노총 등이 지지한 내용을 담은 읽기자료를 추가 첨부하기로 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이에 대해 뉴라이트교사연합은 “교육부가 노동계의 반발에 무릎을 꿇었다”며 “교육이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