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슈 현장을 가다>충청권 투표 ‘3色 성향’

선거에서 나타나는 충청 민심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언론 보도나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대전, 충남, 충북을 ‘충청권’이라는 하나의 권역으로 묶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충남과 대전, 그리고 충북의 선거행태에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충남, 대전, 충북을 각각 나누어볼 수도 있고, 대전과 충남을 하나로 또 충북을 다른 하나로 볼 수도 있다.

각종 선거에 있어 공화당과 민정당의 맥을 잇고 있는 현재의 한나라당,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통합민주당, 그리고 자민련과 국중당을 계승한 자유선진당에 대한 각 지역 주민의 선택 행위를 보면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실시된 지난해 연말의 17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충북이 가장 높고 대전, 충남 순이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충북, 대전, 충남 순이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충남, 대전, 충북 순이며 각각 5%포인트 정도의 차이가 난다. 이명박·정동영 후보의 경우 세 곳에서 모두 전국적인 지지도에 미치지 못한 반면,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전국 평균을 최하 8%에서 최고 14% 정도 상회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성향은 2006년 실시된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2004년의 17대 총선을 보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충북의 경우 충남과 대전에 비해 거대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며, 자민련이나 국중당 등에 대한 지지도는 전국 평균보다는 높으나 대전과 충남에 비하면 매우 낮다. 또 거대 정당에 대한 지지도의 변화도 다른 두 지역에 비해 크다. 결과적으로 세 지역 가운데 가장 전국적인 투표성향에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충남은 대전이나 충북에 비해 충청지역정당을 표방해온 자민련과 국중당에 대한 꾸준한 지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평균 3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대전은 거대 정당의 지지도나 지역정당에 대한 지지도 모두 충남과 충북의 중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대전이 전통적인 지방도시의 성격과 대덕 및 유성의 신도시적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충남과 충북의 자민련과 국중당, 그리고 현재의 자유선진당에 대한 지지 성향 차이에는 이들 당의 김종필, 심대평, 이회창 대표가 모두 충남 출신이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거대 정당에 대한 충북의 지지도가 타 지역보다 큰 폭으로 바뀌는 현상은 각 정당의 정책에 충북 유권자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으로, 16대 대선 때 신행정수도를 충청권에 건설하겠다는 노무현 후보의 공약이 충북 유권자의 표심을 크게 바꾸어 놓은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홍성과 공주에서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 이회창, 심대평의 자유선진당 바람이 충북의 정치지형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올지, 수도권규제완화를 막겠다는 통합민주당의 정책과 한나라당의 한반도 대운하공약이 어떻게 충북의 표심을 장악할지가 충북 선거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충북 보은·옥천·영동 선거구에서 통합민주당을 탈당하여 자유선진당으로 말을 갈아탄 이용희 국회부의장의 당선 여부가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