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슈 현장을 가다-4. 무소속 바람>“같은 뿌리” 黨은 관심밖

유달산에 올라서면 띄엄띄엄 섬들이 보이는 목포. 항구도시답게 이곳에는 신안, 완도, 진도 등 도서지역을 포함한 인근 지역 출신들이 과반수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 야당 성향이 강한 이곳에서 신안 출신 청년 김대중(DJ)이 1963년 총선에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목포는 정치적으로 DJ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버렸다. 1963년에 이은 1967년 DJ의 재선, 1988년과 1992년 ‘DJ의 가신’으로 불리는 권노갑의 당선, 그리고 1996년에 이은 2000년 DJ의 아들 김홍일의 총선 승리. 이곳 목포에 통합민주당 정영식, 한나라당 최승복, 민주노동당 윤소하, 평화통일가정당 최승규, 무소속 박지원·이상열 등 6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목포 선거는 이들 가운데 통합민주당 정영식, 무소속 박지원, 그리고 무소속 이상열 후보의 치열한 3파전이 전개되고 있다. 정 후보는 “혹독한 공천심사과정을 통과했다”고 자부한다. “공천확정은 목포시민의 염원이 이루어진 목포시민의 뜻입니다. 깨끗함과 균형 잡힌 감각으로 바른 정치를 구현하겠습니다.” 그에게는 DJ와 ‘민주개혁세력’의 정통성을 잇고 있다고 자부하는 통합민주당이 자신을 공천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무기이다. 공천 이전 5%에도 못 미쳤던 그의 여론조사 지지지율이 공천 이후 25% 내외로 급상승한 것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박 후보는 “목포시민의 역사적 잣대로 당당히 평가받겠다”고 벼르고 있다. “저는 기필코 통합민주당으로 돌아갑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명예도 지켜내겠습니다.”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원천 배제된 박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으며, ‘DJ의 복심’으로 불린다. 이것이 그의 무기이다. 그 위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역시 25% 내외에 달하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목포에 불고 있는 ‘무소속 바람’의 또 다른 진원지는 이상열 후보다. 그 역시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목포지역구 현역의원이다. 그는 “지난 4년간 저는 오직 우리 목포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지역발전을 위해 쉼 없이 노력해왔다”, “중앙당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다. 목포시민에게 직접 심판을 받으라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역설한다.

통합민주당 공천, DJ와의 인연, 통합민주당 탈당 현직의원 등을 무기로 한 이들의 3파전에 정책대결은 존재하지 않는다. “DJ를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활용해서는 안 된다.”(정영식 후보)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지조와 의리를 지켰다.”(박지원 후보) “구태정치, 가신정치를 청산해야 합니다.”(이상열 후보) 이것이 지난 28일 지역방송과 언론이 공동주최한 후보자토론회에서 벌어진 공방의 양상이다.

이날 오후 목포역 광장에 1000여 명의 시민과 지지지가 운집했다. 정영식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선 통합민주당 박상천 대표 역시 “50년 정통 평화개혁 정당인 민주당의 쇄신 공천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가 목포 시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길거리에 나부끼는 서로 다른 현수막만큼이나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뭘 그런 걸 물어. 지역이 발전할라믄 그래도 중앙에서 일해 본 박지원이가 낫제.” 유달산에서 한가로운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 어르신의 반응이다. 이와 달리 북항 회타운의 한 상인은 “누가 나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요즘 이명박 하는 거 보믄 그래도 민주당 후보를 찍어야제”라고 말한다. 바다 건너 대불산단이 바라보이는 하당 평화광장에서 운동을 하던 한 40대 남성은 “이상열이 그래도 목포를 위해 많은 일을 하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DJ의 영향력에 대한 평가 역시 상이하다. “이제는 목포가 DJ를 자유롭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팽배한 가운데, “그래도 투표장에 가면 손이 자연스럽게 박지원으로 향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어찌 보면 통합민주당 정영식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무소속 박지원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면 무소속 이상열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모두 ‘DJ의 영향력’일 것이다. 한 지역시민단체 관계자는 “DJ영향력을 상수로 본다면 당락을 좌우할 변수는 결국 누가 목포를 위해 더 큰일을 할 수 있는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보가 무소속이냐, 아니냐는 목포 유권자들의 관심 밖이다. 모두 ‘민주당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이번 선거는 ‘인물선거’라는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목포 = 김영태 목포대 교수

◆김영태 교수 약력

▲1963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독일 베를린 자유대 정치학 석·박사 ▲한국정치학회 연구이사(현)▲목포대 정치미디어학전공 교수(현) ▲‘한국의 선거 V’(공저, 2006년) 등 저서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