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총선 D-7>‘민주당’이냐 ‘DJ 아들’이냐

‘민주당이냐,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냐.’

1일 오후 찾아간 전남 무안군 무안읍은 8일 뒤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곳 같지 않게 고즈넉했다. 그 흔한 후보자 현수막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바닥 민심은 요동치고 있었다. 통합민주당 무안·신안 지역구 후보로 공천을 받은 황호순(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후보와 금고형 이상 공천 배제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홍업 후보, 또 다른 무소속 이윤석(전 전남도의회 의장) 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탓이다. 1일 발표된 조선일보·SBS 여론조사 결과 황 후보는 22.2%, 김 후보는 18.9%, 이 후보는 11.7%였다. 이 지역에 정통한 한 선거 관계자는 “마지막 한 표까지 가야 승부가 나는 초박빙 싸움이 펼쳐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역 주민들은 민주당이 갖는 상징성(황호순)과 DJ의 아들이라는 흡인력(김홍업)을 놓고 저울질 하는 듯했다. 신안 출신인 황, 김 후보간 팽팽한 대립 속에 무안 출신인 이윤석 후보가 바닥을 파고드는 ‘3각 정립’의 형세다. 표심도 세 갈래로 나뉘었다. 읍내 재래시장에서 30년째 뻘낙지를 팔고 있다는 주모(여·61)씨는 “대통령 아들이 다시 나와 공천에서 억울하게 떨어졌다는데 한 번 더 밀어주고 싶제라. 우리 뿌리가 거깅게”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옆에 있던 박모(여·55)씨도 “대통령 아들잉게 정치하는 사람 잘 알지 않겄소. 지역발전이 최우선 인기라”라고 거들었다. 무안읍에서 오토바이 대리점을 하고 있는 김모(45)씨는 “수십년 동안 민주당만 줄창 찍었는데, 아무리 대통령 아들이라도 공천을 못받았는데 밀어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갈라진 표심에 ‘소지역주의’까지 가세했다. 이윤석 후보 사무소 앞에서 만난 택시기사 신모(51)씨는 “손님들 하고 선거 얘기를 나누면 ‘지금까지 신안에서 다 해먹었는데 이번에는 무안 사람을 시켜야 한다’고 한다”며 “황호순은 누군지 모르고, DJ도 이제 옛날같지 않다”고 말했다. 박씨는 “신안에서 김홍업 몰표가 나오면 김홍업이 되고, 황호순과 김홍업이 나눠먹으면 이윤석이 된다”고 선거 결과를 점치기도 했다.

두 후보는 당이냐, DJ냐의 선택을 요구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선거 사무소에 만난 황 후보는 “내가 되면 호남이 DJ의 그늘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정치지형이 형성될 것”이라며 “민주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50% 득표율로 당선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후보는 “유권자들이 법률적 잣대만으로 억울하게 공천에서 희생된 저를 이해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DJ 당’이라는 자부심을 주민들이 갖고 있다”고 DJ 향수를 자극했다.

무안·신안 = 김충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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