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경제공약’ 남발 유권자 혼란

제18대 총선이 이틀 앞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주요 정당들이 ‘거품성’경제·민생 공약을 마구잡이식으로 쏟아내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혼선과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불과 40여일 지난 상황에서 총선 공약이 남발되면서 정부 정책과 정당 공약이 뒤범벅돼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공약 내용도 신선도가 떨어져 경제계 일각에선 야당은 베끼기, 여당은 부풀리기 공약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에 따르면 주요 정당의 경제 공약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면서 새 정부 경제 운용에 상당한 부담과 혼란을 주고 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한나라당까지 협의가 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을 발표함으로써 정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다만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주요 정당은 모두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경제공약으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향후 경제정책 운용에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을 뿐이다.

정당의 경제 공약 중 정부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민주당의 6% 경제성장 공약이다.

민주당은 중소기업 5만개, 글로벌 중견기업 2000개 육성, 해외첨단기업 1000개 유치로 6% 성장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출범직후인 2월27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청문회에서 6% 성장의 허구성을 집중 공격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와 사전 조율을 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공약에 포함시켜 논란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은 경제공약으로 대선때와 마찬가지로 감세와 기업규제완화라는 2개의 틀을 유지했으나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다수 포함했다. 대표적으로 한나라당은 중소기업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현행 10%에서 5%로 인하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재정부가 지난 3월1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10%를 8%로 인하하겠다고 보고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최저한세율이란 비과세, 감면 등으로 세금이 깎이더라도 최소한 부담해야 하는 세율이다.

재정부는 공식적으로 “시간을 갖고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실현불가능한 공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 개인도 8%를 종합소득세로 내야 하는데, 아무리 기업이지만 8% 이하 세금을 낸다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기업규제완화와 관련, 포이즌 필(독소조항)·차등의결권 주식발행제도 등도 공약으로 채택했다. 이 역시 재정부와 협의가 끝나지 않은 사항으로 대기업의 도덕성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재정부는 도입되더라도 상당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민주당의 6%대 경제성장, 한나라당의 청년 금융전문인력 1만명 양성 등을 실현 불가능한 공약으로 분류하면서 각 정당의 공약이 지난 17대 총선에 비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