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총선 D-2>경남 사천, ‘여당 실세’냐 ‘농민후보’냐

“민주노동당은 여기 와서 시위나 하고, 그게 다 서민에 부담 주는 일이여.”

“그게 다 농민을 위해 하는 기지. 택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소.”

6일 벚꽃이 만개한 경남 사천시 곤명면의 완사 5일장. 한나라당 이방호 후보와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의 연이은 선거 유세 직후 장터에서는 두 상인 간에 즉석 논쟁이 벌어졌다. 한 상인이 민노당 강 후보를 비판하자, 곁에 있던 상인이 발끈하고 나선 것. 두 사람은 서로 등을 홱 돌리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오차 범위내 접전’이라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 대로 사천에서는 의외의 ‘강기갑 바람’이 불면서 지지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사천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55.8%), 무소속 이회창 후보(24.1%) 합쳐 보수 표만 80%에 달했다.

따라서 한나라당 사무총장인 이 후보의 낙승을 예상하는 전망이 많았다. 삼천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62)는 “한나라당이 집권당이 됐고, 이방호씨가 이 지역에서 3선에 도전한다 아입니껴(아닙니까). 인물도 다른 후보에 비해 낫지예(낫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민들을 중심으로 강 후보 지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장터에서 만난 한 노인(73)은 “여기는 촌 잉게(이니까), 강 후보 연설이 농민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곳 농민들이 ‘강기갑이 좋다’고 여기저기서 쑥덕쑥덕 한다”고 전했다.

‘강기갑 바람’에는 ‘소지역주의’도 한몫하고 있다. 사천시는 지난 1995년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통합돼 생겼다. 이 후보는 삼천포, 강 후보는 사천 출신이다. 한 택시기사(56)는 “사천에서도 국회의원 한 번 만들어 보자는 기류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사천은 농촌이라 똘똘 뭉치는데, 삼천포는 갯촌이라 응집력이 약하다”고 우려했다.

‘친박(친 박근혜)’ 세력 등 반(反) 이방호 정서에 의한 외부의 지원도 무시할 수 없었다. 5일부터는 아예 태안 지역 피해 어민들이 이곳에 도착, 삼천포항 어민들을 상대로 강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한 공항 직원(38)은 “강 후보를 찍겠다”면서도 “아무래도 이곳은 한나라당이 세기 때문에 집권당 사무총장이 이기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사천공항의 한 택시기사(48)는 “이 후보는 한나라당 당원들의 세력만 갖고도 이길 것”이라며 “결국 몇% 차이로 이기느냐의 싸움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천 =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