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총선 D-2>부산 서, 親李 ‘토박이’ vs 親朴 ‘큰인물’

4·9 총선 투표일을 앞둔 마지막 휴일이었던 6일 오후. 부산 서구 민심은 ‘지역토박이’론을 주창하는 한나라당 조양환 후보와 ‘큰 인물론’을 강조하는 무소속 유기준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로 양분되고 있었다. 이 곳은 서울의 종로처럼 ‘부산 정치 1번지’라는 자부심과 그에 반비례해 ‘갈수록 낙후되고 있는 지역’이라는 모순된 현실이 교차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과연 ‘지역 토박이’와 ‘큰 인물’ 중 어떤 스타일이 지역 발전에 적합한지가 유권자들의 주요 판단기준이 되는 분위기였다.

우선 이 지역에서 태어나 청년회의소장, 구의원, 시의원을 지낸 ‘토박이’ 조영환 후보가 지역발전의 적임자라는 여론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토성동에서 만난 자영업자 정모(62)씨는 “이 지역에 만날 YS(김영삼)니 홍인길이니 거물들 뽑아줘봐도 아무 혜택이 없었능기라. 여기가 정치 1번지면 뭐하능교. 지역에 와서 일을 해야제”라며 조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대변인, 이명박 대통령당선인 중국특사 등을 지내며 중앙정계에서 성장해온 유기준 후보를 뽑아야 지역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여론이 반대축을 이루고 있다. 서구청 앞에서 만난 회사원 유모(52)씨는 “국회의원이란 게 국회 가서 일을 해야제 우째 만날 지역만 누비면 되겠능교. 이번에 한나라당 공천이 아주 잘못된 기라예. 한번 혼구멍을 내줘야제”라며 유 후보를 찍겠다고 밝혔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줄곧 유 후보가 앞서고 있으나, 조 후보측은 한나라당 전통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역전을 자신하고 있다. 조 후보측 관계자는 “조 후보는 선대 때부터 이곳에서 살았고 지난 15년 동안 구의원 1번, 시의원 3번을 하면서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반면 유 후보는 지난 4년간 박 전 대표만 따라다녔고 주말에만 잠깐씩 지역에 들르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조 후보측은 당선된 이후에도 가족들의 주소지를 이 지역에 두고 줄곧 지역민들과 함께 하겠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유 후보측은 인물에서 조 후보를 앞설 뿐 아니라 ‘박풍(朴風·박근혜 전 대표)’까지 더해져 압승을 자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조 후보는 5·31지방선거때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는 등 인물에서 우리측과 상대가 안된다”며 “지난 4년 동안 특별교부세 104억원을 지역에 끌어온 유 후보야말로 지역 발전의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유 후보측은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힘 있는 다선 의원이 필요하다며 당선시 복당해 당을 개혁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부산=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