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슈 현장을 가다>발전 격차만큼 표밭갈이도 차이

2008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강남’과 ‘강북’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강남과 강북은 우리사회의 압축성장에 따른 발전격차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상징적 용어다. ‘뚜렷이 대비되는 대칭적 존재’로서의 강남과 강북은 선거구 ‘강남갑’과 ‘강북갑’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강남갑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 이종구 후보, 강북갑에서는 야당인 통합민주당 오영식 후보를 인터뷰했다. 여기서 비교대상으로 삼은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정치후원금과 선거비용의 문제, 둘째 선거의 주요 이슈와 공약, 셋째 선거운동 방법차이 등이다.

선거비용 문제에 있어서는 두 후보 모두 크게 부담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두 후보 모두 법정선거비용 한도 내에서 충분히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고 “돈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압박감을 전혀 느끼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미 강원 정선과 경북 경주에서 선거와 관련한 금품살포로 인해 선거운동원이 구속됐고, 투표율 저하로 인한 당선 가능성의 변동을 막기 위해 금력을 동원한 조직선거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현역 의원인 두 후보가 지난 4년 동안 정치자금의 사용에 있어서 느꼈던 압박감은 달랐던 듯하다.

“항상 통장이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정치자금의 부족을 느낀다”고 답했던 오 후보와 달리 이 후보는 “정치자금 부족을 느꼈던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두 후보 모두 임기 내내 법정 한도에 가까운 후원금을 모금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두 후보가 느끼는 압박감의 차이는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오 후보는 “지역 특성상 재건축 고도제한 철폐 등 해당 지역의 민원 등이 많은 만큼 연락사무소 유지와 법률정책 세미나 등에 상당한 비용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두 후보의 선거운동 방식 또한 대비됐다. 출마자의 가장 큰 관심사가 ‘당선’이고 이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강남갑의 경우 이와 같은 유권자와의 접촉 자체가 사실상 ‘봉쇄’돼 있었다. 전체 유권자의 절대 다수(83.6%)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데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고 할지라도 그들 대부분이 유권자가 아닌 유동인구이고, 주로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하는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반면 고도제한에 묶여 고층건물 신축이 어려운 까닭에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이 거주 형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재래시장이 발달해 있는 강북갑의 경우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선거운동원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던 강남구 논현동 이종구 후보 사무실의 분위기와는 달리 서울 강북구 수유리 오영식 후보 사무실의 벽에는 “사무실에는 표가 없다. 밖으로 뛰자”라는 표어가 붙어 있었고, 오 의원과 보좌관들 모두 활동성이 강조된 복장에 운동화차림이었다.

지역구민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비교적 용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봤지만 두 의원 모두 “인터넷이 지역구민과의 접촉에 있어 그다지 큰 효과를 보이고 있지 않다”는 답변이 나왔다. 전체선거비용 중 온라인에 소모되는 비용을 20% 정도로 예측하고 있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젊은층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정부의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온라인 선거운동이, 올 18대 총선에서는 예전과 같은 커다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두 지역의 차별성은 공약에서도 드러났다. 이 의원의 선거 캐치프레이즈가 ‘명예로운 강남, 대한민국을 이끕니다’인 반면 오 의원은 ‘강북발전’이었다. 주민 관심도 강남갑은 전국적 파급효과를 갖는 ‘종부세 폐지’에 쏠려있었다면, 강북갑은 ‘고도제한 철폐, 공립고교 설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와 끊임없이 드나드는 선거운동원들로 분주한 강북갑 선거사무실과 오가는 자동차를 상대로 인사를 해야 할 형편이라고 고민 중인 조용한 분위기의 강남갑 선거사무실. 너무나도 대조적인 두 지역의 선거 분위기를 바라보면서 강남갑과 강북갑 사이에 존재하는 현실적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 정기웅 연구위원 약력

▲1967년 생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외대 정치학 석·박사 ▲오슬로 국제평화문제연구소(PRIO) 초빙연구원 ▲한국정치학회 총무위원회 위원 ▲정치학이란(공저 2005), 투 - 레벨 게임에 대한 새로운 모색(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