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고치자>술·노래·춤 강요 지나치면 폭력

서울의 한 학교에 다니는 초등생 자녀를 둔 P(39)씨는 최근 학부모 모임에 갔다가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학부모들의 회식에 참석한 교감이 한 초등생 어머니의 손을 이끌어 남자 교장에게 술을 따르라고 강권하는 것이었다. 손을 이끌린 사람이 당황한 듯 어쩔 줄 몰라하는 가운데 교감은 “분위기를 깨지 말라”며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유망 신인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30대 여성 R씨는 얼마 전 한 문인 모임에 갔다가 노래방에서 낭패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평소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권위가 막강한 선배 남성 작가가 자신을 껴안으며 연방 춤을 추자고 강권했기 때문이다. 그는 억지로 춤을 췄지만, 결국 자리를 나와서 먹은 것을 모두 토해야 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술과 노래, 춤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일부 학생들이 잘 마시지 못하는 술을 먹고 뜻밖의 사고를 당하는 것은 그런 분위기에 짓눌렸기 때문이다.

고길희 일본 야마가타대 교수는 “노래와 춤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술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 예찬론자인 심재혁 레드캅투어 대표도 “마시길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절대 강권하지 않는다는 것이 애주가의 기본 매너”라고 강조했다. 특히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처럼 상하 관계에 있는 경우엔 그런 강요를 하지 않는 것이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이른바 ‘묻지마 관광’으로 대표되는 탈선 유흥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춤을 추는 장소인 나이트클럽이 일부 중년 남녀들의 탈선을 조장하는 ‘부킹 장소’로 변질된 것도 우리 시대의 치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