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논란>뒷북에 우왕좌왕 ‘어설픈 李정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선서하는 정운천 농림 정운천(왼쪽)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7일 오전 국회 농해수위의 쇠고기시장 전면개장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출석, 선서를 하고 있다. 심만수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협상의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정부의 늑장 대응과 전략 및 홍보 부재, 당·정 혼선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한·미 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협상이 타결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지만 정부는 이를 방관했다. 10여일이 지난 29일 광우병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 방송이 내연하고 있는 국민의 불안감에 기름을 부으면서 광우병 괴담은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며칠동안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다가 언론이 광우병 관련 유언비어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지적하자 뒤늦게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설명회를 여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이미 국민들의 불안심리는 극에 달해 정부의 해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이 같은 대응은 무엇보다 청와대·농림수산식품부·보건복지가족부·문화관광체육부 등 정부 부처를 통괄하는 ‘전략·홍보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미 정상회담 직전에 타결돼 ‘정상회담 선물용’, ‘졸속협상’ 등의 정치적 오해를 살 소지가 다분했다. 따라서 최소한의 정무적 기능이 작동하는 정부라면 당연히 협상 타결을 전후해 적극적인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했지만 거의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정부의 홍보시스템 부재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협상직후 광우병 괴담이 중학생 등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유포됐지만 쇠고기 협상이 끝나고 19일이 지난 6일에서야 농림수산식품부 등의 홈페이지에 관련 홍보자료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정부 내에서도 현 정부는 인터넷에 대응할 만한 조직도, 능력도, 마인드도 없는 ‘3무(無) 정부’라는 자조 섞인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도 제 역할을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재협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발표를 함으로써 혼선을 가중시켰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 등 정부 부처에 정부운영에 대한 매뉴얼(지침서)이 없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들의 민심을 파악하고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정책대응 기능이 현 정부에서는 매우 약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와 내각에 자신들의 업무뿐만 아니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폭넓은 조정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해동·이화종기자 haedong@munhwa.com